S&P 500, 37% 이중 중요성 평가 완료…공시 분량 축소·전략 메시지 강화
미국 상장 대기업들이 지속가능성 공시에서 양적 확대보다 질적 내실화를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테니오(Teneo)가 17일(현지시각) 발표한 ‘제5회 미국 지속가능성 보고서 현황’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3곳 중 1곳 이상이 이중 중요성(double materiality) 평가를 채택했으며, 이는 불과 2년 전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37% 기업이 이중 중요성 평가 완료
테니오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간된 S&P 500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250건을 분석한 결과, 37%의 기업이 이미 이중 중요성 평가를 완료했고 2%는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9%, 2024년 27%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강화되는 규제 환경과 투자자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공시 형식과 내용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포착됐다. 평균 보고서 분량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70쪽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자료 축소가 아닌, 기업들이 불필요한 서술을 줄이고 핵심 지표와 전략적 메시지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다양성·형평성·포용(DEI) 관련 언어를 재정비한 기업이 78%에 달했으나, '포용(Inclusion)' 용어는 여전히 절반 가량의 기업 보고서에서 유지되고 있다.
‘ESG’ 용어는 줄고 ‘지속가능성’ 부각…국제 기준 대응 강화
ESG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기업은 30%로 전년(36%)보다 감소했다. ESG 관련 목표 재조정도 줄어들면서, 단기적 목표 관리보다는 장기적 지향점 설정과 규제 기준 대응에 중심을 두는 양상이다.
데이터 검증 측면에서는 균열 현상이 관찰된다. 전체 기업의 67%가 최소 하나 이상의 ESG 데이터에 대한 외부 보증을 받았지만, 사회적 데이터 검증은 25%로 전년(32%) 대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환경(E)·지배구조(G) 분야 대비 사회(S) 영역에 대한 외부 신뢰성 확보 노력이 상대적으로 후퇴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부분은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한 책임 공시 확대다. 조사 대상 기업의 35%가 보고서에 '책임 있는 AI' 활용 사례를 포함했으며, 이는 1년 새 1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정보기술(26%)과 의료(20%) 업종에서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다.
ESG 용어 사용 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보고서 제목에 'ESG' 용어를 사용한 기업은 8%에 불과해 전년(24%) 대비 급감했으며, 대신 '지속가능성' 표현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국제 공시 기준에 대한 의식도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언급은 13%에서 31%로 두 배 이상 늘었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FRS) 공시 언급도 16%로 증가했다. CSRD에 완전 부합하는 기업은 3%, IFRS에 완전 보고하는 기업은 8%에 불과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점진적으로 국제 기준을 고려한 보고 체계 조율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언어 선택이나 분량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공시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 전략이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