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 부문 2035 NDC 30%안 검토…산업계 “현실적 한계” 호소

2025-09-29     송준호 editor

환경부는 26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산업 부문 대국민 공개 토론회’를 열고 산업 부문 배출량을 2035년까지 21~30% 줄이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번 행사는 2035년 산업 부문 NDC 확정을 앞두고 마련된 자리로,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주요 업종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축사에서 “전체 배출의 40%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에서 줄이지 못하면 2030·2035년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환경부 유튜브 채널

 

정부, 2035 산업 부문 최대 30% 감축…인내 자본 투입 필요

최민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2018년 기준 2억6080만톤에서 2035년 1억9300만~2억1930만톤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는 21~30% 감축에 해당하며 48%·53%·61%·65%의 국가 전체 목표안과 연동된다”고 밝혔다. 그는 “냉매가스(NF3) 추가와 지구온난화지수 변경으로 약 3000만톤이 더해져 산업계 여건이 악화됐다”며 “민간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탄소 전환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정책 패키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보라 넥스트그룹 수석정책전문위원은 “NDC는 숫자가 아니라 정책 패키지이며 규제 정책이 아니라 산업 진흥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2035년 목표는 지금 당장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이행 수단에 맞는 예산 계획이 수립돼 있는지에 대한 답을 담아야 한다”며 “정부가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보여주지 못하면 산업계 탈탄소 전환은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과 정책적 지원을 통한 구조적 전환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오형나 경희대학교 교수는 “산업 부문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재산업은 장치 산업 특성상 한 번 설비를 교체하면 수십 년간 유지되기 때문에 지금 투자가 늦어지면 ‘카본 락인(탄소 고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은 탈탄소화를 산업경쟁력의 필수요소로 보고, 일본은 GX 기금을 통해 민간과 공공 합산 150조엔(약 1411조원)을 투자한다”며 “한국도 전환금융 확대와 후순위채권, 혼합자본 같은 인내 자본을 투입해 ‘죽음의 계곡’을 넘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화학·시멘트 한목소리 “기술·투자 한계”…정부 지원 확대 촉구

산업계는 한목소리로 2035년 목표는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철강 업계는 핵심 기술의 상용화가 물리적으로 2035년 안에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수소환원제철은 2037년 이후에야 감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설비 건설 기간과 철스크랩의 해외 의존 문제를 거론했다. 이상호 포항공과대학교 교수도 “수소환원제철이 가동되려면 값싸고 충분한 전력·수소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며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감축 수단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대웅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은 “바이오 납사와 폐플라스틱 원료 활용은 현재 경제성이 떨어지고 기술도 지연되고 있다”며 “따라서 목표를 일시에 높이기보다 당장 가능한 수준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인협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PD는 “석유화학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실증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하고, 해외 기술 소유권 협상에서도 기업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는 목표 달성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고 호소했다. 김의철 한국시멘트협회 실장은 “48%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2조2000억원의 추가 설비 투자와 연간 1200억원 운영비가 필요하다”며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 차원에서는 자금 조달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인식 기업은행 ESG경영부장은 “2030년까지 얼마가 필요한지부터 산출해야 하고, 정부와 민간이 각각 어느 정도를 부담할지 분배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는 재원 조성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고 녹색채권 발행은 이미 38개국이 시행하고 있는 방식으로, 금리가 낮고 장기 조달이 가능하다”며 “민간시장 참여를 확대하려면 정부가 먼저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산업계와 정부의 책임 회피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산업계는 기술 한계를 이유로, 정부는 목표를 미루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국제법 기준을 충족할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출권 가격을 톤당 10만~15만원 수준으로 정상화하면 기업들은 그 이하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발굴해 자발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목표 하향이 아니라 강화된 목표와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행사와 관련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유료 구독회원 전용 보고서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