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감축 가장 많이 한 10대 기업? 남동발전, 현대글로비스 순

정부 탄소중립 급하지만, 기업들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해

2021-04-23     김우경 editor
22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기후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출처=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추가 상향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국내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이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탄소포집 기술의 글로벌 동향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절대 배출량이 2.9% 증가했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 관련 정보를 공개한 38개 대기업·공기업의 직간접 배출량은 2017년 2억2660만톤에서 2019년 2억3312만톤으로 약 652만톤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하겠다고 설정한 것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해당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 기업 수도 분석 대상 38개 기업 가운데 16곳으로 42.1%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탄소 중립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도 매출 500대 기업 중 24.8%에 불과했다. 

 

2017년에서 2019까지 3년간

국내 기업 절대 배출량 2.9%증가

하지만, 탄소배출량을 과감히 줄여 눈에 띈 기업도 있었다. CDP 한국 보고서 3개년도(2017~2019) 보고서에 수록된 정보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탄소를 가장 많이 감축한 기업은 한국남동발전(이하 남동발전)으로 나타났다. 남동발전은 총 5700만톤의 탄소를 배출했지만 2017년 대비 250만톤(4.2%)의 탄소를 감축했다. 남동발전은 한국전력의 자회사로 국내 최대 단위화력 발전시설을 보유한 발전회사다.

자료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남동발전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석탄화력발전소인 영동1·2호기를 목재펠릿 연료 설비로 전환했다. 목재펠릿은 나무를 톱밥과 같은 작은 입자로 분쇄한 뒤 압축해서 만든 목재 연료로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탄소중립 연료로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동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 2017년에 완공된 탐라해상풍력발전소를 통해 매년 2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남동발전은 풍력·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확대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5%로 높일 계획이다. 

올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확대에 약 820억원을 투자한다. 주요 사업은 100㎿(메가와트) 규모의 영광 태양광과 43㎿ 규모의 진부령 풍력발전 등이 있다. 

남동발전은 해외 신재생에너지사업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칠레 태양광발전소는 매년 110억원 이상의 매출이 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도 지난해 2월부터 102㎿ 규모 수력발전소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30년간 약 5100억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저탄소 신기술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남동발전은 지난 2월 네오그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과 온실가스 감축 기술 협력 협약을 맺었다. 화력발전소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이용, 저장하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제주도에 한국남동발전이 국내 최초로 설치한 해상풍력단지인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사진출처=한국남동발전

 

현대글로비스, 11% 탄소 감축

남동발전 다음으로 탄소를 많이 감축한 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는 41만7000톤을 감축하면서 총 배출량 330만톤 중에 2017년 대비 탄소를 11% 줄였다. 현대글로비스는 차량과 선박에 신기술을 도입했고 온실가스 MRV(모니터링, 보고, 확인)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또한 도로 운송보다 에너지 효율이 더 높은 연안 해송으로 운송 수단을 전환하는 전환 교통(modal shift)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에도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의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온실가스 50% 감축 목표'의 비율을 동일하게 적용해서 운영중이다. 또한 선박 관리사 시스템을 통해 주요 유럽 기항 선박 32척의 연료 소모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의 온실가스 데이터를 수집해 유럽연합(EU) 지정 기관에서 검증 받고 있다.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는 400만톤의 탄소 배출량을 기록했지만 2017년 대비 23만4000톤을 감축하면서 4.5% 감축했다. SK하이닉스는 2008년부터 CDP에 참여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최적 가용 기술(BAT)과 장치를 도입 중이다. BAT는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절약과 관련해 경제적·기술적으로 사용 가능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또한 에너지경영관련 국제표준인 에너지경영시스템(ISO50001)을 도입해 건물과 장비를 가동하는 데 사용되는 전력량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처리하는 스크러버 장비를 개선해, 사업장 밖으로 배출되는 양을 줄여나가는 중이다.

SK하이닉스 다음으로 많은 탄소를 감축한 삼성중공업은 전체 26만3000톤의 배출량 중에서 2017년 대비 15만톤을 줄이면서 36.9%의 감축률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암모니아 추진 A-Max 탱커'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삼성중공업, 암마니아 선박 A-Max탱커 연구 개발

삼성중공업은 '미래 친환경 선박'으로 불리는 암모니아 추진 A-Max 탱커를 작년 7월부터 말레이시아 선사 MISC, 글로벌 선박 엔진 제조사 MAN, 그리고 영국 로이드선급 등과 공동으로 연구·개발해왔다.

암모니아(NH3)는 질소(N2)와 수소(H2)의 합성 화합물로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청정 대체 연료다. 공급 안정성과 보관·운송·취급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에 탈탄소 시대에 적합한 선박 연료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선박 연료로 암모니아·수소 등의 사용 비중이 점차적으로 확대돼 2060년에는 새롭게 건조된 선박의 60% 이상이 사용할 것이고 특히 암모니아 연료 추진 선박이절반 가까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으로 삼성물산은 23만5000톤을 배출했고 2017년 대비 12만6000톤을 줄이면서 34.9% 감축했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작년 10월 석탄관련 투자, 시공 및 트레이딩사업에 있어 신규사업은 전면 중단하고 기존사업은 완공·계약종료 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철수한다는 탈석탄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전경련, 주요국 비해 제조업 비중 높아

급격한 감축 목표 경제 활력에 부담 줄 우려 있어

이처럼 주요 기업들의 개별 감축 성적표는 좋았지만 조사대상 중 금융기업을 제외한 34개사의 매출액 10억원 당 배출량은 증가 15곳, 감소 19곳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태양광 및 풍력 ▲수소 ▲바이오에너지 ▲철강‧시멘트 ▲석유화학 ▲산업공정 고도화 ▲수송 효율 ▲건물 효율 ▲디지털화 ▲탄소포집 등 10대 핵심기술 개발 전략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가 국내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23일 전경련은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생산과 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우리 경제 활력 및 일자리 창출에 큰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