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석탄 임대 1310만 에이커 개방…8800억원 지원도 단행
트럼프 행정부가 석탄 산업 회생을 위한 대규모 조치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각), 미 내무부가 노스다코타·몬태나·와이오밍 등 연방 토지 1310만 에이커를 신규 석탄 채굴 임대에 개방한다고 보도했다. 개방 면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재정 법안에서 허용된 규모의 3배 이상이다.
에너지부는 석탄 발전 확대를 위해 6억2500만달러(약 8765억원)를 지원하고, 환경보호청(EPA)은 석탄재 처리 규제의 준수 기한을 연장해 발전소 운영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석탄재에는 수은·카드뮴·비소 등 오염물질이 포함돼 있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발전소의 현실적 부담을 감안해 일정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AI 전력난 명분…트럼프, 석탄발전 부활 카드 꺼내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석탄 사용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추진됐으며, 단기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에 따르면, 석탄발전 비중은 2000년 50%에서 2024년 15%까지 줄었다. 셰일가스 생산 확대와 태양광·풍력 발전 성장으로 석탄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석탄 산업의 고용도 10년 전 7만 명에서 현재 4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021년 1월 마지막 임대 입찰을 진행한 이후 연방 토지 석탄 임대를 중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4월 석탄 생산 확대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를 뒤집었다.
행정부는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을 석탄 활용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 에너지는 지난 7월 AI와 데이터센터 수요 확산으로 2030년까지 미국 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은 “AI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석탄발전소 대부분의 폐쇄 시점을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폐쇄를 앞둔 에드스톤 발전소를 포함한 2곳이 가동 중단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전날 전력 수급 불안정을 이유로 운영 연장에 관한 긴급 명령을 내렸다.
석탄발전 연장 기대…업계 ‘주가 9% 급등·경제 회복’ 환영
이번 조치로 폐쇄 위기에 놓였던 일부 발전소들은 가동이 연장되고, 신규 광산에 대한 허가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정책연구 단체 아메리칸 에너지 얼라이언스(American Energy Alliance)의 톰 파일 회장은 "2028년까지 폐쇄 예정인 38개 석탄발전소가 대통령 명령이나 사업자 결정으로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경단체 시에라클럽(Sierra Club)은 이번 조치를 강력히 비판했다. 단체는 이 위험한 의제가 계속 추진된다면, 수년 뒤 악화된 건강 지표, 치솟는 전기요금, 그리고 쇠퇴한 환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석탄업계는 “미국 에너지 안보와 지역경제 회생의 신호탄”이라며 환영했다. 미국광업협회(National Mining Association)는 탄탄한 석탄 수급이 전력망 안정성과 경제 회복에 필수적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주권’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석탄 로비단체 아메리카스 파워(America’s Power)는 미국 가정과 산업에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을 공급하는 데 이번 행정명령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나바호 네이션, 몬태나·와이오밍 등 서부 지역 광산업체와 지방 정부 관계자들도 광산 재가동과 고용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트럼프 행정명령 발표 직후, 피바디 에너지(Peabody Energy), 코어 내추럴 리소시스(Core Natural Resources) 등 주요 석탄기업 주가는 단기적으로 약 9% 급등했다.
투자ㆍ금융업계, "단기적 효과에 그쳐"
그러나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대응을 명분으로 한 임시 부양책일 뿐, 장기적으로 석탄이 전력 시장에서 재도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석탄은 여전히 천연가스·재생에너지 대비 높은 비용 구조 및 환경 리스크로 인해 장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미국 제조업체들의 수출경쟁력에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금융권에서는 석탄 자산이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경고했다. 미국 투자업체 프랭크 홈즈 U.S. 글로벌 인베스터스 최고경영자 겸 최고투자책임자는 “규제 완화로 석탄이 단기 반등할 수 있고 일부 투자자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석탄 산업이 구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