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강타할 배출권 거래제 쟁점 3가지

2021-04-27     김우경 editor

최근 치솟던 탄소배출권 값이 4만원대에서 1만4300원대로 떨어지면서 사상 최초로 배출권거래법에서 정한 시장 안정화 조치도 발동됐다. 3차 계획 기간이 시작 된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아 배출권 거래제의 보완점이 발견된 것이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이 같은 조치를 발동하기 일주일 전 올해부터 시작되는 3기 배출권 거래제에 영향을 미칠 핵심 이슈 3가지를 분석했다. ▲유동성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 ▲해외 상쇄 배출권 사업(CDM)이다.

산업기술원은 가격의 유동성을 예측했다. 6월 30일까지 2차 계획기간 중 남은 탄소 배출량을 정산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시장에 풀리는 배출권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4월 배출권 가격이 바닥을 찍은 이유는 정부의 이월제한으로 무조건 시장에서 매도돼야 할 절대량이 있는 상황에서 작년 코로나19로 생산량이 감소한 기업들이 할당 배출권까지 시장에 나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만약 6월까지 배출권 가격이 계속 바닥을 찍은 채 시장 제한 조치가 계속된다면, 이월제한 완화조치를 시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원은 “유럽 배출권 거래시장 1차 계획 기간(2005~2007년)과 같이 마지막 해에 배출권 가격이 제로로 떨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월 제한 조치까지 단행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5월 초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 출범도 배출권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 중 하나다. 만약 위원회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개정된다면,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추진으로 배출권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 위원회에서 함께 논의될 석탄 총량제, 통합 벤치마킹 지수(BM)(석탄이나 LNG 등 화력발전으로 만들어지는 전기에 더 비싼 값을 부여하는 정책) 등도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봤다.

 

올해 시작되는 제3자 시장참여

배출권거래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

배출권이 급락한 시점에서, 시장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구원투수 중 하나는 금융권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3차 계획 기간에 제3자 시장참여를 신규로 허용했다. 금융기관은 시장조성자로서 현재 산업은행, 기업은행과 함께 한국거래소 내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유동성 공급자로 활동하게 된다. 또, 추가적인 금융기관 지정을 통해 해당 금융기관은 순수 시장 참여자로 배출권 매매를 할 수 있게 된다. 2025년 이후엔 개인도 거래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시장조성자 신청을 받았다. 총 7곳의 증권사가 신청했고, 이 중 3곳을 지정할 예정이다. SK증권이나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같이 오랫동안 탄소배출권 전문성을 키워온 증권사와 더불어 여러 증권사가 시장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중순부터 시장조성자로 민간 금융이 참여하게 되면서, 올해 할당 배출권부터 거래가 허용된다. 다만, 만약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정부가 바닥을 찍고 있는 배출권 가격을 보정하기 위해 이월 제한 조치를 풀 경우, 금융권 참여와 시너지를 일으켜 배출권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감독은 필수적으로 따라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원은 “온실가스 감축 투자로 대규모 자본이 유입된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금융기관 특성상 투기거래를 통해 시장가격이 왜곡될 여지 또한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의 관리, 감독을 주문했다.

 

해외 상쇄배출권, 올해 주춤

내년부터 다시 활발해질 전망

보고서는 배출권 거래제 시장의 마지막 핵심이슈로 '해외 상쇄배출권'을 꼽았다. 지난 2017년 이후 해외 상쇄배출권(CERs)의 조기허용이 이뤄지면서 많은 대기업이 쿡스토브, 정수기, 소형 태양광 설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UN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 적극 나선 바 있다. 올해 CDM 사업으로 감축한 탄소 배출권 인증이 시작된다.

해외로부터 받아온 상쇄 배출권까지 국내 시장에 유입된다면, 기업은 더 다양한 가격 선택지를 두고 배출권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선 상쇄 배출권 가격과 할당 배출권 가격 차가 비슷하다. 유럽 배출권 거래시장에선 할당 배출권이 상쇄 배출권 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술원은 “아직 국내에서는 상쇄 배출권 총량이 제한 범위 이내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며 “향후 해외로부터 다량의 탄소배출권이 유입된다면 한국도 유럽처럼 가격 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올해 12월 영국에서 열리는 COP26이 개최되면, CDM 사업에 걸림돌이 됐던 불확실성도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COP26에서 전 세계 배출권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맞춰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논의가 합의되면 CDM 사업의 인정 여부와 방식에 대해 합의가 이뤄져 내년부터 다시 본격적인 투자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유럽의 배출권 거래제 시장이 유럽 그린딜 등과 맞물려 더욱 견고해졌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탄소중립위원회 출범과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국내 배출권 거래제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