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강화하는 유럽... 국내 기업 ESG 경쟁력 갖추면 중국보다 유리

2021-04-28     김우경 editor

ESG 법제화 움직임은 기업에 규제로 다가갈 수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또다른 사업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난 27일 한국무역협회의 'EU의 ESG 관련 입법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망 ESG 원칙을 강화한 유럽 기업 세 곳의 사례가 등장한다. 벤츠, 이케아, 솔베이가 그 것이다. 

무역협회는 기업의 ESG 준수 의무 법제화는 EU 시장 진입장벽이자 기회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EU의 ESG 규정 준수가 EU 수출 및 EU 기업 공급망 선정의 전제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우리기업의 신속한 대응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벤츠, 협력업체 선정 시 탄소배출량 핵심기준 설정

자동차 제조업체인 벤츠는 'Ambition 2039'를 발표하고 2039년까지 생산제품 및 전 밸류체인의 탄소중립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했다. 오는 2030년까지 전체 판매량 대비 전기차 비율을 50%까지 확대하고, 2039년까지 모든 제품의 전동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주요 협력업체 선정 및 계약 체결 시 탄소배출량을 핵심기준으로 설정하고, 2039년 이후부터 탄소중립제품 공급사와만 계약을 유지·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75% 이상의 협력업체가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서약서 서명을 완료했으며 해당 기업 제품이 전체 연간 납품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 관계자들이 사회복지기관에 차량을 전달하는 기증식을 열고 있다. 사진출처=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벤츠에 배터리를 공급 중인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과 패러시스(Farasis)는 배터리 생산 전과정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제품 생산 시 신재생에너지만 활용할 것을 약속했다.

벤츠는 공급사에 ESG 경영 표준을 제시하고 준수의무 여부에 따라 계약을 결정한다. HRRS(인권존중제도)를 활용해서 기업 및 공급사의 인권보호에 대해 평가하고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발행하여 위반 사례 위험분석 및 대응 현황을 공시한다.

또한 UN(유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ILO(국제노동기구)의 환경·인권보호 윤리규정을 토대로 자사행동강령인 '다임러 공급업체 지속 가능성 표준'을 수립하고 공급사의 작업환경, 인권보호, 환경보전, 안전, 기업윤리, 준법감시 준수 여부를 평가한다.

자료출처=한국무역협회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벤츠 구매팀은 공급사의 지속가능성 준수 여부에 대한 정기적 감사를 진행하고 공급망 선정 시 감사결과를 반영, 명확한 위반사항이 발견될 경우 계약 취소가 가능하다. 또 DSP(다임러 공급업체 포털) 및 공급사의 ESG 위반 사례를 벤츠에 신고할 수 있는 내부고발자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벤츠는 공급망의 ESG 준수현황 관리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활용한다. 영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서큘러(Circulor)사와 함께 탄소배출량, 코발트(배터리 원재료) 재활용 비율, 공급망 내 인권·환경보호 현황(Daimler Sustainability Standards)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 및 공급망 관리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기 위한 관련 기술도 개발중이다. 

 

이케아, 중국 목재공급처 원산지 문서 위조사실 적발해 즉시 계약해지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는 오는 2030년까지 전 공급망의 친환경화 달성 및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했다. 

이케아는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매년 발간해서 전 밸류체인(원자재수급→생산→ 재활용)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실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결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다.

또한 전 매장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25억 유로(약 3조3500억)를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원자재의 원산지 증명 및 윤리적 원자재 조달을 위해 정기적인 감독을 수행하고 40여 명의 목재삼림 전문가를 고용하여 원산지 증명 및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감독하고 있다.

이케아는 최근 중국 목재 공급처의 원산지 관련 문서 위조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업체와 즉시 계약해지 및 관련 상품 판매 중단한 바 있다. 

공급망 내에서의 노동자 보호를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UN, ILO의 환경·인권보호 윤리규정을 토대로 행동강령인 IKEA WAY(공급 업체 행동 강령)를 수립하고 공급사 선정에 적용하고 있다.

공급사의 윤리적 원자재 구매, 강제·아동노동 등에 대해 매년 감사를 실시하고 신규계약 및 기존계약 연장 진행 여부 결정 시 감사결과 반영한다. 

 

솔베이, 공급사 환경, 인권보호 현황 감독 위해 공급업체 행동강령 제정

벨기에의 화학기업인 솔베이는 공급사의 환경·인권보호 현황 감독을 위해 공급업체 행동 강령을 제정하고 실행 중이다. 

고위험 원재료 채굴·가공 관련 공급사의 환경·인권보호 현황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유해 원재료 사용 지양하고 있다. 또한 행동수칙 감독 결과를 공급망 선정 시 반영해서 최근 인권보호 항목을 위반한 운송업체와 계약 해지한 바 있다.

솔베이는 공급망 내 지속가능성과 협력사의 ESG 기준 강화를 통한 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 2011년 'Together for Sustainability(TfS, 지속가능성을 위해 함께하기)'를 창설했다.

이를 통해 화학 공급망 기업의 글로벌 감사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기관으로 리스크 매트릭스 기반의 TfS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공급사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고 협력사 현장실사를 진행했다. 공급업체 평가 및 감사를 위한 글로벌 평가표준 수립을 목표로 하며 현재까지 약 14,000건의 평가를 수행했다.

 

엄격해지는 EU의 ESG 규정

국내 기업 준수만 잘 한다면 새로운 기회로

무역협회는 공급망 실사제도가 시행되면 EU 시장 진출 기업뿐만 아니라 EU 기업의 협력사도 EU 기준에 맞춰 노동 및 인권보호, 기후변화에 관련된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에서 제한하고 있는 환경, 유해물질, 노동기준의 부합 여부를 파악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해서 EU 고객사의 공급망 행동수칙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EU ESG 기준을 준수하고 실사가 가능한 국가의 기업을 중심으로 EU 기업 공급망이 재편될 경우 국내기업에게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EU 공급망 실사제도가 시행될 경우 환경, 인권 등에 대한 실사가 가능한 기업만 EU 밸류체인에 포함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에 편중되어 있던 EU 공급망에 우리기업의 편입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독일은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공급망 위기 해결을 위해 공급망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독일 기업의 파트너로 한국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EU는 작년 기준 외국인직접투자 비중의 약 23%를 차지하는 주요 투자자다. 

무역협회는 ESG 경영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 구축·가공·제공 시스템 개발을 강조하면서 "기업 밸류체인 전 과정의 탄소배출량, 재활용 비율, 환경·인권보호 등에 대한 데이터는 ESG 경영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 자산"이라고 말했다. 

 

준비되지 않은 ESG 경영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역풍 우려

사진출처=셸(Shell)

 

무역협회는 진정성 있는 ESG 경영 도입을 위해 그린워싱 리스크 차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린워싱은 기업이 매출증대 등 경제적 이윤을 목표로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국제환경단체 클라이언트어스(Client Earth)는 글로벌 석유기업 10곳의 광고 가운데 10개 모두에서 그린워싱이 발견되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일례로 에너지 기업 셸(Shell)은 친환경 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홍보했지만 친환경사업에는 20억(약 2조2200억원)~30억(3조3300억원) 달러를 사용한 반면 화석 연료 운영비로 170억 달러(약 18조9000억원)를 투입했고 석유 기업 아람코(Aramco)는 실제로 석유 증산 계획만 추진하고 있으나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사업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홍보한 것 등이다.

무역협회는 "기업이 국제 ESG 기준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이에 준하는 ESG 경영활동 없이 친환경 기업이라 홍보할 경우 소비자 기만행위로 역풍을 맞을 수 있으므로 체계적인 준비를 통한 지속가능 경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