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그린스틸 스테그라, 2조원대 자금난…'제2의 노스볼트' 우려
스웨덴의 친환경 철강 스타트업 스테그라(Stegra)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스테그라가 긴급 이사회에서 최대 15억유로(약 2조4900억원) 규모의 자금 부족 사태를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공사 지연, 인건비·운영비 상승, 정부 보조금 삭감으로 인해 녹색 철강 공장의 건설이 늦어지면서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진 것이다.
FT는 스테그라가 이번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지난해 파산한 전기차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Northvolt)에 이어 유럽 녹색 철강 산업의 두 번째 대형 실패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5억 유로 자금 부족…전액 손실 가능성 직면
스테그라는 설립 이후 부채와 지분을 합쳐 총 65억달러(약 9조2950억원)를 확보했지만, 최근 스웨덴 북극권 인근 보덴(Boden)에 건설 중인 첫 번째 그린스틸 공장의 자금난이 급격히 악화됐다.
FT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자금 부족 규모를 5억유로(약 83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으나, 이달 긴급 이사회에서는 최대 15억유로(약 2조4900억원)로 불어났다고 밝혔다.
스테그라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최근 11억유로(약 1조66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에 나섰으며, 사모펀드 알토르(Altor), 투자사 저스트클라이밋(Just Climate),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 등 주요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다만, 일부 소액주주들은 회사 경영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며 참여를 거부하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투자회사 키네빅(Kinnevik AB)의 게오르기 가네브(Georgi Ganev) 최고경영자는 “현재로서는 추가 출자를 하지 않고,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주요 채권은행들도 신용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씨티은행(Citibank)은 스테그라에 대한 2900만유로(약 480억원) 대출을 ‘워크아웃 그룹(workout group)’으로 분류했으며, 일부 유럽계 은행들도 스테그라를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FT는 은행과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스테그라의 지분투자자는 사실상 전액 손실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추가 차입 실패 시 2개월 이내 유동성 고갈 우려
스테그라는 스웨덴 북부 보덴(Boden) 지역에 연간 250만톤 규모의 녹색 철강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수소를 사용해 철광석을 제련하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전체 공정의 약 60%가 완성된 상태로, 매달 약 2억8000만유로(약 4650억원)의 현금을 지출하고 있다. 당초 202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세 달 지연된 상태다. 건설·인력 비용 급등으로 2024년 영업손실이 20억크로나(약 3031억원)에 달했으며, 전년 대비 적자가 세 배 가까이 확대됐다.
스테그라는 현재 일부 사업부의 외주화를 검토 중이며, 공장 내 수소 및 전력 시설 매각·임대·재구매를 통해 최대 13억유로(약 2조1600억원)의 설비투자비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조정 계획이 내년 4~5월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단기 유동성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추가 차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약 1.7개월 내 유동성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는 현재 상황은 파산 위험의 법적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며 이사회는 매주 정기 회의를 통해 현금 흐름과 부채 상환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스테그라 최고경영자(CEO) 헨릭 헨릭손은 “현재 신규 자금 조달 라운드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주요 주주들의 추가 출자 의지가 강하다”고 반박했다.
스웨덴 정부 지원 불발…제2의 노스볼트 실패 사례되나
스테그라는 전기차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의 창업 투자사 바르가스 홀딩(Vargas Holding)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대표적인 녹색 산업 프로젝트다. 스테그라는 스웨덴 북부의 전력 단가가 낮은 지역을 기반으로 연간 250만톤의 저탄소 철강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지난 3월 노스볼트가 무리한 확장 및 정부 지원 부재로 파산하면서, 시장에서는 '스테그라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스테그라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2억6500만유로(약 44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승인 받았으나 스웨덴 정부의 미집행으로 1억6500만유로(약 2740억원) 규모의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스웨덴 정부는 이에 대해 프로젝트의 배출량이 환경청 승인 기준을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FT는 스테그라의 위기는 이보다 유럽 녹색산업 전략의 근본적 구조 문제가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공장 부지가 위치한 보덴시는 이미 재정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인프라와 근로자 수용 시설 투자를 위해 대규모 차입에 나섰고, 부채는 2017년 1억크로나(약 151억원)에서 올해 15억6000만크로나(약 2364억원)로 늘었다. 2028년에는 25억크로나(약 378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현 상황을 타개할 현실적 방안은 대형 철강회사가 스테그라의 보덴 공장 자산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것이며, 인수·합병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