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메탄 누출 90% ‘무대응’…UNEP, 철강·석탄 부문 감시 확대

2025-10-24     고현창 editor

전 세계 석유·가스 산업에서 위성이 탐지한 메탄 누출의 90% 가까이가 정부나 기업의 대응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22일(현지시각) 유엔환경계획(UNEP)의 조사 보고서 ‘An Eye on Methane 2025: From Measurement to Momentum’를 인용해, 국제메탄배출관측소(International Methane Emissions Observatory·IMEO)가 전 세계 17기 이상의 위성을 통해 감지한 3500건의 메탄 누출 경보 가운데 단 12%만이 정부나 기업의 회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응답률이 1%에 불과했으나, 이번 결과 역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위성 탐지로 3500건 포착…정부·기업 응답률 12% 불과

메탄은 대기 중 체류 기간은 이산화탄소보다 짧지만, 열을 가두는 효율이 훨씬 높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단기적으로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메탄 배출 감축을 꼽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이 운영하는 ‘메탄 경보 및 대응 시스템(Methane Alert and Response System·MARS)’은 석유·가스 산업에서 발생하는 무색의 메탄 누출을 원격 감지해 정부 또는 기업이 조치할 수 있게 경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150개국 이상이 2021년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에 서명해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30% 감축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그러나 UNEP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 대응은 매우 저조했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행동이 여전히 너무 느리다. 일부 경우에는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가스 부문의 배기와 가스 연소에서 발생하는 누출을 방치할 수 없다”며 “이 문제는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IMEO는 누출 경보 통보 후 실제 대규모 배출이 수정된 사례가 25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국제메탄배출관측소(MARS)가 2025년에 수집한 메탄 배출 데이터. 부문별로는 ▲석유·가스 1만847건 ▲석탄 1960건 ▲폐기물 1809건으로, 석유·가스 산업이 전체의 약 74%를 차지했다. 정부나 기업에 통보된 누출은 4058건(신규 2203건)에 그쳐, 여전히 대응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UNEP 보고서

 

유럽 메탄법 완화 논란…“산업별 감시 확대 필요”

UNEP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를 위해 메탄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달 초 4조5000억유로(약 65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EU에 법 약화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UNEP은 이번 조사에서 석유·가스 산업이 가장 큰 감축 잠재력을 지닌 부문이지만, 메탄 감시 범위를 철강·석탄·농업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UNEP은 ‘철강 메탄 프로그램(Steel Methane Programme·SMP)’을 출범시켜 철강 공급망의 메탄 배출을 체계적으로 줄이기 위한 국제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SMP는 제철용 석탄의 채굴·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주요 감시 대상으로 삼는다. 이는 철강산업 탄소발자국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연간 1200만톤의 메탄이 배출돼 약 9억9000만톤의 이산화탄소와 동일한 단기 기후영향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UNEP 산하 국제메탄배출관측소의 줄리아 페리니 책임자는 “향후 주요 배출원 전체를 포괄하는 감시체계를 구축해, 각 산업의 실질적 감축 행동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