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첫 ‘재난채권 ETF’ 출시 예정…킹리지 캐피털, 아일랜드서 등록 신청
유럽이 최초의 재난채권(catastrophe bonds·캣본드)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앞두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각), 미국 대체투자 운용사 킹리지 캐피털 어드바이저스(King Ridge Capital Advisors)가 아일랜드 금융당국에 ETF 등록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킹리지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역대 최대 규모 캣본드 발행
캣본드는 보험·재보험사가 허리케인, 지진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 위험을 자본시장으로 이전하기 위해 발행하는 보험연계증권(ILS)이다. 재난이 발생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보험사로부터 일정 수익을 받지만, 발생할 시에는 원금 일부 또는 전부를 잃을 수 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캣본드는 시장 변동성에 덜 민감하며,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 자산군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아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위스리(Swiss Re)가 산출하는 ‘캣본드 총수익지수(Swiss Re Cat Bond Total Return Index)’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캣본드 시장은 사상 최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약 10%의 수익률을 달성했으며, 이는 미국의 연방국채나 회사채 시장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스위스리 지수 기준으로 캣본드 수익율은 최근 1년간 14%, 최근 5년간 50% 이상 상승했다. 올해 4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세계 최초의 캣본드 상장지수펀드(ETF)도 등장했다.
최근 부동산 가치 상승, 인플레이션,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보험 및 재보험 시장의 리스크가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이 위험 분산 수단으로 캣본드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캣본드 발행 규모는 총 181억달러(약 26조원)로, 지난해 전체 발행액인 177억달러(약 25조4000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특히 올해 미국에서 허리케인 발생 가능성이 평년보다 높게 예측됐음에도 주요 손실 사례가 거의 없었던 점이 수익률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자메이카를 강타한 허리케인 멜리사(Melissa)로 일부 지급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으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블룸버그는 이번 유럽 ETF 출시는 유럽 최초의 재난채권 기반 상품으로, 향후 해당 시장의 접근성을 한층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U 규제 변수 불구하고 유럽 최초 캣본드 ETF 발행
앞서 브룩몬트 캐피털 매니지먼트(Brookmont Capital Management)는 미국 최초의 캣본드 ETF를 상장한 뒤, 유럽판 출시를 타진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미국 시장 내 자사 ETF 확대에 집중하기로 하며 계획을 보류했다. 이에 킹리지 캐피털이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이어받아 유럽 첫 캣본드 ETF 발행을 주도하게 됐다.
킹리지 캐피털은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피머코(Pimco) 출신이 설립한 보험연계증권(ILS) 전문 운용사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릭 파그나니(Rick Pagnani)는 “지금이 유럽 ETF를 추진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브룩몬트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 시장에서는 유동성과 규제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트웰브 시큐리스(Twelve Securis)의 캐트린 페어벡 매니징 디렉터는 “캣본드 ETF는 액면가가 커 소규모 펀드 입장에선 포트폴리오 조정이 쉽지 않고, 시장 내 거래량이 적어 유동성이 제한적”이라며 “결국 충분한 시장 유동성 확보가 ETF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모닝스타(Morningstar)의 채권 리서치 디렉터 마라 도브레스쿠는 “캣본드 ETF는 낮은 거래 회전율로 인해 운용 규모가 본질적으로 제약된다”며 “이 같은 한계는 ETF 구조가 지향하는 확장성과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캣본드를 일반 펀드 규제체계(UCITS)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했지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아직 이를 최종 채택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엄격한 규제 환경 속에서도 EU가 최종 결정을 미루며 캣본드 산업에 대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