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하루 3시간 무료 전기’ 의무화...전력공유제 실험, 성공할까

2025-11-05     이재영 editor

호주 정부가 내년 7월부터 가정에 하루 3시간 무료 전력 공급을 의무화하는 '솔라 셰어러(Solar Sharer)' 제도를 도입한다고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밝혔다. 

낮 시간대 폭증하는 태양광 발전 잉여 전력을 흡수하고,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민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는 재생에너지 과잉 시대의 새로운 전력정책 모델, 즉 '전력 공유제' 실험에 가까워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400만 가구 태양광 패널, 낮 시간대 전력 남아돌아”

호주 정부는 이른바 ‘솔라 셰어러(Solar Sharer)’ 프로그램을 내년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초기 대상 지역은 뉴사우스웨일스·퀸즐랜드 남동부·남호주 등으로 한정된다./챗gpt 생성이미지

크리스 보웬(Chris Bowen) 호주 기후·에너지 장관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력 사업자들은 발전량이 최고조에 달하는 낮 시간대 최소 3시간 동안 가정에 무료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이른바 ‘솔라 셰어러(Solar Sharer)’ 프로그램을 내년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초기 대상 지역은 뉴사우스웨일스·퀸즐랜드 남동부·남호주 등으로 한정된다. 이 제도는 스마트 계량기(smart meter)를 보유한 가구부터 적용되며, 2027년까지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호주는 현재 약 400만 가구가 옥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낮 시간대에는 전력 생산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넘치는 전기 때문에 전력망은 불안해지고, 송전망 투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잉여 전기'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도매가격이 '마이너스(-)’ 구간으로 떨어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반면, 에너지 수요가 많은 저녁 시간에는 다시 높은 비용을 지급해야 했다. 

보웬 장관은 “무료 전력 공급은 잉여 태양광 발전을 흡수하고, 저녁 피크 시간대 수요를 완화하며, 전력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정책적 수단”이라며 “비용이 많이 드는 송전망 증설이나 긴급 개입 조치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정부가 이러한 구조적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전력을 '공급 중심'에서 '순환 중심'으로 전환하는 실험이다. 그것이 바로 '한낮 3시간 무료 전기'다. 소비자들은 연간 최대 800달러(약 115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배터리 설치 지원 이어, 생활비 완화에도 초점”

이번 정책은 최근 호주에서 전기값 인상이 이어지면서 국민적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나왔다. 호주 정부가 올해 발표한 23억 호주달러(약 2조1400억원) 규모의 가정용 배터리 설치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된다. 이는 태양광 패널을 가진 가정이 배터리를 설치해 남는 전력을 저장하고, 요금이 높은 시간대에 재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호주 최대 전력회사 AGL 에너지(AGL Energy Ltd.) 도 일부 지역에서 이미 낮 시간 무료 전력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AGL은 지난 8월 “생활비 상승으로 전기요금 체납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정부의 전력비 완화 정책이 가계 지원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잉여 재생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세계 첫 사례 중 하나”라며 주목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보급률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피크를 완화하고, 수요 관리(Demand Response)를 통해 전기요금을 낮추는 대안이 될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소매 전력업체들은 업계와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된 점, 흐린 날 등 비상 상황의 비용 문제, 또 무료 시간대 제공으로 결국 다른 시간대 요금 인상 가능성 등을 논의하며 반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