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40년까지 탄소 90% 감축 목표 추진...합의될까?

2025-11-05     이재영 editor

유럽연합(EU)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하는 새로운 기후 목표 설정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1월 10~21일 브라질 벨렘에서 개최될 예정인 COP30(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EU 회원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회의가 4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밝혔다. 만약 순조롭게 합의될 경우, EU는 이를 유엔에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로 제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EU가 ‘기후 리더십’ 복원을 선언하려 하지만, 동유럽을 중심으로 한 일부 회원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브뤼셀 회의서 90% 감축안 논의… 체코·헝가리·폴란드 “비용 과도”

EU 환경장관들은 4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덴마크가 제안한 ‘2040년 배출량 90% 감축안’을 논의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U 환경장관들은 4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덴마크가 제안한 ‘2040년 배출량 90% 감축안’을 논의했다. 이 안은 회원국 과반의 찬성을 확보할 경우, COP30 이전에 유엔에 제출될 공식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의 핵심이 된다. 

그러나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은 넷제로 전환 비용과 산업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체코 정부는 “90% 감축은 현실성이 없으며, 산업 전환 비용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헝가리 환경담당 국무장관 아니코 라이즈는 “유럽의 경쟁력과 일자리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목표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탄소배출권 사용 한도를 확대하고 국제 크레딧을 조기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일·프랑스 “기후 보호는 의무”… 원자력 포함 조건부 찬성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EU의 기후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독일의 카르스텐 슈나이더 환경장관은 “유럽은 지구 기후 보호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강력한 기후정책과 강한 경제는 함께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기술적 중립성, 즉 원자력 발전을 감축 수단으로 인정받는 조건부로 동의했다. 프랑스 정부는 “산업별 여건에 맞는 다양한 감축 수단이 허용돼야 한다”며 “원자력과 철강 산업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U는 이미 '2050 순배출 제로(Net-Zero)’를 법제화했고, 2030년까지 55% 감축 목표(일명 '핏포55(Fit for 55)' 정책을 이행 중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에너지 가격 급등과 경기 둔화, 보호무역 강화 등의 영향으로 기후정책에 대한 내부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EU는 이미 '2050 순배출 제로(Net-Zero)’를 법제화했고, 2030년까지 55% 감축 목표(일명 '핏포55(Fit for 55)' 정책을 이행 중이다./블룸버그 화면캡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이 끊기면서 유럽 내 전력요금이 급등했고, 중소 제조업체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탄소중립 정책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EU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코로나19 이후 경기 둔화와 전쟁 여파로 산업계가 기후 목표보다 생존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이후 미국은 ESG 규제와 파리협정 이행을 사실상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국제적인 흐름도 미국 vs. EU로 양분화된 상태다. 

 

기후 리더십 시험대 오른 유럽

이에 EU는 “유럽이 여전히 기후 대응의 선두주자임을 보여줘야 한다”며 2040년 감축안을 COP30 이전에 확정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는 “이번 합의는 유럽이 다시 기후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EU가 추진 중인 2040년 감축안은 2030년 감축 목표(55%)와 2050년 넷제로 목표 사이의 중간 단계로, 회원국 과반의 지지와 유럽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각국의 경제 구조와 에너지 정책이 달라 단일 합의는 쉽지 않다. 일부 국가는 국제 배출권 거래(파리협정 제6조)를 확대해 탄소 감축 부담을 완화하자고 주장하고, 다른 국가는 산림·토양 등 자연 흡수원을 감안해 목표를 최대 3% 낮추는 ‘유연성 조항’을 도입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논의는 사실상 목표를 희석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한다.

EU는 당초 10월 말까지 2040년 목표를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회원국 간 이견으로 시한을 넘겼다. 이번 브뤼셀 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조율의 장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EU는 주요 경제권 가운데 유일하게 COP30에서 공식 기후서약을 내놓지 못하는 집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유럽의회 관계자는 “2040년 90% 감축안은 이상적이지만, 각국의 정치적 이해와 산업 부담을 고려하면 일정한 타협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결정은 EU가 기후 리더로 남을지, 현실에 타협할지를 가를 중대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