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계 MMG의 니켈 인수 제동…“핵심소재 공급망 리스크 부각”

2025-11-05     송준호 editor

중국계 광산기업 MMG의 5억달러(약 7200억원) 규모 브라질 니켈사업 인수가 유럽연합(EU)의 심층 조사에 직면했다.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은 페레니켈 공급 차질 우려를 이유로 MMG의 앵글로아메리칸 브라질 니켈사업 인수 건에 대해 2단계 심사(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브라질산 니켈은 유럽 스테인리스강 산업의 핵심 원료로, 영국계 앵글로아메리칸이 운영하던 생산거점이 중국 국영계열인 MMG로 넘어갈 경우, 유럽으로 향하던 공급선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콩 상장사 MMG는 지난 2월 영국계 다국적 광산기업 앵글로아메리칸의 브라질 니켈사업부를 5억달러(약 7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대상에는 브라질 내 페레니켈 광산 2곳과 그린필드 프로젝트 2곳이 포함됐으며, 계약금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는 향후 투자 결정과 이정표 달성에 따라 분할 지급하는 조건이다.

MMG 홈페이지

 

페레니켈 공급 차질 우려…내년 3월 20일까지 승인 여부 결정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거래가 유럽 내 페레니켈의 안정적 공급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페레니켈은 니켈과 철을 함께 제련한 합금으로, 스테인리스강의 내식성과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유럽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자동차·조선·기계 등 주요 제조업에도 파급이 미칠 수 있다.

테레사 리베라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페레니켈은 유럽 생산업체들이 고품질·저탄소 스테인리스강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생산하는 데 필수 투입재”라며, 이번 거래가 유럽의 공급망 안정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는지를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위는 특히 페레니켈 공급이 타 지역으로 전환되고 대체 공급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유럽 스테인리스강 생산의 상당 부분이 가격·품질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럽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EU는 내년 3월 20일까지 거래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통상 2단계 심사는 약 90영업일이 소요되며, 당국이 추가 자료를 요구할 경우 기간이 중단되거나 연장될 수 있다.

 

“10년간 페레니켈 공급” 시정안도 불충분 판정

두 회사는 지난달 EU의 전면 조사를 피하기 위해 시정안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MMG와 앵글로아메리칸은 브라질 코데민(Codemin)과 바로알토(Barro Alto) 광산의 페레니켈을 최대 10년간 유럽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나, EU 집행위는 “사업 구조의 본질적 변화가 없어 충분히 명확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두 회사는 공동 성명에서 “이번 거래가 경쟁 문제를 초래한다고 보지 않지만, 규제당국과 협력해 모든 미해결 사안을 포괄적으로 해소할 것”이라며 “앵글로아메리칸의 페레니켈 구매 제안이 고객에게 최적의 결과”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글로벌 니켈 공급망 지배력 강화…미국도 우려 제기

이번 인수는 글로벌 니켈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시키는 거래로 평가된다. MMG는 홍콩에 상장돼 있지만, 최대주주는 중국 국영 광산·무역기업인 중국미네메탈스(China Minmetals)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서양 건너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철강협회는 이번 거래가 중국의 글로벌 니켈 매장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백악관의 개입을 요구했다.

로이터는 페레니켈 공급 전환과 제한된 대체 공급원이 결합될 경우, 유럽 스테인리스강 산업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가 핵심 광물 공급망과 중국의 지배력 확대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다.

EU 경쟁당국은 통상 2단계 심사에서 경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시정 조치를 요구하지만, 초기 우려가 근거 없다고 판단될 경우 조건 없이 승인을 내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