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운영 리스크 커진다…글로벌 기업, 설계 단계부터 통제 나서
AI 인프라 확장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전력·수자원·토지 등 운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설계 전략을 내놓고 있다.
5일(현지시각) 지속가능성 전문매체 트렐리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밴티지데이터센터가 생태 복원과 지역사회 협력을 결합한 차세대 데이터센터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밴티지데이터센터는 2010년 설립된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으로, 하이퍼스케일급 대규모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설계·개발·운영하고 있다.
지역 반발, 데이터센터 입지 변수로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지역사회의 반발이 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중심의 데이터센터 개발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전력과 물 사용, 대규모 부지 전용 문제로 주민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위스콘신과 버지니아 등 주요 주에서는 환경 훼손과 토지 전환을 둘러싼 분쟁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0월 위스콘신주 케일도니아(Caledonia) 부지 개발을 철회했다. 농지를 산업용 부지로 바꾸는 계획에 지역 주민이 반대한 때문이다. 이후 같은 주 내 다른 지역으로 사업지를 옮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체모방(바이오미미크리) 담당 디렉터 케일린 추지는 "지역사회와의 조기 협의가 필수적"이라며, "토지 소유주와 환경단체가 함께 복원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밴티지데이터센터 북미 지속가능성 총괄 에밀리 백커스는 "송전선 신설 등 유틸리티 변경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면 전력회사와의 초기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설계 초기부터 리스크 통제 나선 기업들
두 기업은 지역사회 반발 등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개발 초기부터 생태 영향평가와 수자원 조사를 의무 절차로 두고, 이를 설계 기준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밴티지는 전체 부지의 절반가량인 약 4000에이커를 토착 식생 복원 구역으로 조성하고, 이탈리아 밀라노 MPX2 캠퍼스에는 빗물정원과 수직녹화 시스템을 적용했다. 영국에서 시행 중인 ‘생물다양성 순증(Biodiversity Net Gain)’ 평가 모델을 북미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세운 ‘운영면적보다 더 많은 토지를 보호한다’는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지금까지 1만5849에이커의 토지를 영구 보전구역으로 지정했으며, 데이터센터 인근에는 생물학적 완충지대를 조성해 서식지를 확장했다. 전력선 손상을 우려하던 엔지니어들의 반발에는 맹금류 서식지를 만들어 설치류를 자연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설계는 단순한 환경 대응이 아니라, 운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줄이는 관리 체계로 평가된다. 지역 반발, 인허가 지연, 냉각수 사용 제한 등은 모두 프로젝트 일정과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 용량보다 지속가능성 경쟁으로 이동
시장조사업체 블랙리지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에서 운영되는 데이터센터 개수는 2025년 10월 말 기준 5427개다. 신규 프로젝트만해도 500개가 넘는다.
밴티지데이터센터는 텍사스 셰클퍼드카운티에 250억달러(약 36조원)를 투입해 1.4GW급 ‘프런티어(Frontier)’ 캠퍼스를 건설 중이다. JP모건과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이 220억달러(약 32조원)를 조달하고, 실버레이크와 디지털브리지가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위스콘신 마운트플레전트 지역에 33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들여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연간 3300만 갤런의 물을 절감하는 ‘제로워터 증발 시스템’을 적용하고, 공기와 냉매 순환으로 서버 열을 식히는 무수(無水) 냉각 기술(waterless cooling)을 함께 도입했다.
AI 데이터센터 산업은 이제 단순한 용량 확장을 넘어, 전력 효율과 수자원 절감, 지역 수용성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운영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렐리스는 AI 인프라 투자가 지역사회와 자연환경의 부담을 최소화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며, 생태 복원과 기술 혁신을 결합한 설계가 차세대 데이터센터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