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미 최초로 대기업 기후공시 의무화법 통과되나
미국 최초로 대기업의 기후 공시 의무화가 캘리포니아주에서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에 사업장이 있는 대기업에 대한 기후공시 의무화 법안이 29일(현지시각) 주 상원을 통과해, 미국 최초로 기후입법의 단초를 마련했다.
일명 ‘기후 기업 책임법(Climate Corporate Accountability Act)’라 불리는 이번 법안에 따르면, 2024년까지 매출 10억달러(1조1000억원) 이상 기업은 전체 탄소배출량에 관한 감사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직접 배출량에 해당하는 스코프1(Scope1)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의 에너지 사용과 공급망 및 제품 사용 등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2(Scope2), 스코프3(Scope3)까지 보고해야 한다.
이들 기업에는 또 2025년까지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 방법론에 근거에 파리협정의 넷제로 배출목표를 설정하도록 요구된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5000개 이상이 될 것이라고 미국 로펌인 Akin Gump가 분석했다. 캘리포니아주에 속해 있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수많은 IT기업들을 포함, 사실상 모든 분야의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에 관한 구체적인 공시 내용은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구체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특히 법안에 따르면 공시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탄소배출 회계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제3자 감사인을 통해 검증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주 상원 법사위를 통과한 ‘기후기업책임법’은 이달 초 이미 환경품질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이제 캘리포니아주 의회나 하원을 넘어가기 전 상원의원들에 의해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캘리포니아에선 민주당이 현재 주상원, 의회, 주지사 직책을 모두 차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방침에 따라, 기후공시와 관련해 기업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안만 원칙중심 원칙에 따라 보고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해왔다. 하지만 미국 SEC 게리 겐슬러 신임 위원장을 중심으로 의무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SEC는 기후정보공개 규정을 10년만에 개정하겠다고 밝혔으며, 이후 상장기업의 기후변화 정보공개 관련 규정 중 개정이 필요한 15개 사항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중에는 기후공시를 기업의 연차보고서에도 포함할지 여부, 기후 리스크 정보를 계량화하는 방법, 감사를 위한 필수자료 안에 기후리스크 분석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기후공시 표준 개발" 계획 발표하기도
한편, 이번 법안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스탠퍼드대학의 지속가능금융 이니셔티브와 협력해 주 전체의 기후 공시(보고) 표준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지 몇 주 만에 나왔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주는 기후 관련 리스크 공개 자문단을 출범시키고, 표준 개발을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4월초 “기후변화 공시 기준을 만들겠다”며 자문단을 출범시켰다. 이 자문단에는 재닌 기요트(Janine Guillot) SASB 대표, 데이브 존스(Dave Jones) UC 버클리 로스쿨 기후리스크 이니셔티브 이사 등도 포함돼있다. 이에 앞서 미국 비영리 기구 세레스(Ceres)는 기후 조치에 관한 미국 연방 규제당국의 순위를 매기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 등은 지난 10개월 동안 눈에 띄게 발전했지만, 나머지 규제당국은 여전히 국제기구 및 과학적인 기대치에 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법안을 발의한 스콧 와이너(Scott Weiner) 상원의원은 지난 환경위원회에서 “이번 법안은 필요하고도 과감한 진전”이라며 “모르는 것은 규제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법안을 찬성하는 이들은 1998년 이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1%가 100개 기업에서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의 보고서를 인용함으로써, 새로운 규제안을 지지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법안은 중복적이고 위헌 소지가 있는 규제 세트”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미 주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기 시작했으며, 공급망의 협력업체 및 직원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아직 힘들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