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출 산업, CCS로 전환 가속…시멘트·철도까지 탈탄소 실증 확대
유럽과 미국에서 시멘트·철도 등 고배출 산업을 중심으로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적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존 발전·정유 중심의 CCS 프로젝트가 건설, 물류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탄소중립 산업 인프라’ 구축의 속도가 붙고 있다.
카본헤럴드는 6일(현지시각) 루마니아의 홀심 루마니아(Holcim Romania)와 미국 철도회사 퍼시픽 하버 라인(Pacific Harbor Line, PHL)이 각각 대규모 CCS 프로젝트와 이동식 탄소 포집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루마니아 첫 대규모 CCS 프로젝트…EU 혁신기금 지원 확보
홀심 루마니아는 알제슈 주 캄풀룽 지역에서 추진 중인 탄소 포집·저장 프로젝트 ‘카본 허브 CPT01(Carbon Hub CPT01)’이 29억유로(약 4조1900억원) 규모의 유럽연합 혁신기금(EU Innovation Fund) 지원 대상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동유럽 최초의 대규모 육상형 CCS 프로젝트로, 시멘트·석회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정 저장소에 영구 저장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는 벨기에 광산기업 카르뮈즈(Carmeuse) 등과의 산업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되며, 이를 주축으로 하는 저장시설 구축 및 CCS 밸류체인 통합 기술이 포함돼 있다. 홀심은 이번 선정이 자사의 기술 성숙도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입증하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홀심 루마니아는 2032년부터 연간 약 200만톤 규모의 ‘준 무탄소 시멘트’를 생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는 그룹 차원의 ‘차세대 성장 전략(NextGen Growth 2030)’과도 궤를 같이한다.
홀심 중동·동유럽 총괄 사이먼 크로넨버그는 “이번 EU 기금 선정은 기술적 준비 수준이 검증됐다는 의미이며, 유럽 전역에서 저탄소 건축자재 생산을 확대할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혁신기금을 운영하는 EU집행위원회는 이번 루마니아 CCS 프로젝트가 시멘트·석회 공장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신규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질 저장소로 이송하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로, “루마니아 내 첫 전주기 탄소 인프라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홀심은 이미 벨기에, 독일, 프랑스, 폴란드 등에서 EU 혁신기금 지원을 받아 다수의 탄소 포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이들은 향후 범유럽 이산화탄소 운송 네트워크로 연계될 계획이다.
美 철도업계도 ‘이동식 탄소 포집’ 도전…PHL·레모라 협력
한편 미국 철도회사 PHL은 미시간주 기후테크 기업 레모라(Remora)와 손잡고 화물철도용 이동식 탄소 포집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PHL은 미국 서부 롱비치·로스앤젤레스 항만을 달리는 철도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미 15년 전부터 노후 기관차를 단계적으로 교체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약 70% 감축한 바 있다. 이번 협력은 차세대 탈탄소 기술을 실험하는 일환으로, PHL 오티스 클랫 2세 사장은 “이번 협력을 통해 철도 부문의 탈탄소화를 견인할 기술 발전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감회를 밝혔다.
레모라의 시스템은 열차나 트럭에서 직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액화한 뒤 식품·농업·제조업 등 산업용으로 판매하는 기술이다. 포집된 이산화탄소 판매 수익은 운송사와 공유돼 상업적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레모라는 최근 1억1700만달러(약 1570억원)의 벤처 투자를 유치했으며, 트럭 중심의 초기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시간당 최대 1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관차용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폴 그로스 CEO는 “이 기술은 단순한 환경 대응을 넘어, 철도사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PHL과의 협업은 철도 운송의 탈탄소화를 앞당길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두 프로젝트는 고배출 산업의 구조적 탈탄소화를 실증하는 대표 사례로, CCS 기술이 발전·정유를 넘어 산업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