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기후리스크 반영했지만 신용평가 영향 제한적…"데이터 격차가 최대 과제"

2025-11-10     유인영 editor
사진=언스플래시

유럽중앙은행(ECB)이 담보 자산의 평가체계에 기후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지만, 실제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각) ECB 블로그에 게시된 분석에 따르면, 기후 리스크가 널리 인식되고 있음에도 평가모형의 한계와 데이터 부족이 여전히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ECB는 기후 리스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과대평가된 고위험 자산이 담보로 수용돼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내부신용평가 중 기후 리스크 영향 받은 비중은 4% 미만

ECB는 2021년 ‘기후행동계획’을 통해 기후 리스크를 통화정책 운영 전반에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특히 유로시스템(ECB 및 EU 회원국 중앙은행)의 담보체계에 이를 반영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담보체계는 은행이 ECB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때 어떤 자산을 얼마만큼 담보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규정으로, 담보 자산의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금액을 차입할 수 있다.

ECB는 현재 내부신용평가시스템(ICAS)과 외부신용평가기관(ECAI)을 병행해 기후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 유로시스템 내 7개 ICAS는 모두 기후변화 리스크를 신용평가모형에 포함하고 있으며, 배출량·에너지 사용·지리적 노출 등을 기반으로 기업의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를 분석한다.

그러나 기후 위험은 현재 신용등급에 전반적인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유로시스템 전체 ICAS 평가 중 기후 리스크 영향을 받은 비중은 4% 미만이며, 조정 폭도 대체로 한 단계 내에 그쳤다. 전환 리스크가 물리적 리스크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고, 특히 제조·건설·무역 업종의 변동이 두드러졌다. 녹색투자나 기후 친화적 경영전략을 추진한 기업들은 일부 등급이 상향되기도 했다.

외부신용평가기관의 경우, DBRS 모닝스타·피치·무디스·스코프·S&P 글로벌 모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인을 분석모형에 포함하고 있다. 이들은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를 구분해 자산 유형과 산업별로 차별화된 평가기법을 적용했다. 또한 시나리오 분석 확대, 적응 지표 개발, 기후 데이터와 신용평가 간의 연계 강화도 추진 중이다. 주요 신용평가사 전반에서 ESG 요인이 전체 등급 조정의 13~19%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기후 리스크만을 이유로 한 등급 강등은 전체 조정의 2~7%에 불과하다.

 

평가모형의 한계와 데이터 부족 여전해…CSRD 유지해야

ECB는 평가모형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기후 리스크를 완전하고 일관되게 신용등급에 통합하기에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의 강한 재무구조나 보험·탄소상쇄 등 위험 완화 전략이 기후 취약성을 가릴 수 있으며, 신용평가가 주로 단·중기 전망에 초점을 두는 반면 기후 리스크는 장기적이라는 점이 평가 반영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소기업과 국가, 구조화금융 등에서는 세분화된 기후 데이터가 부족해 리스크를 정량화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CB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통해 고품질의 기후 관련 정보 공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CSRD와 실사지침(CSDDD)을 간소화하는 협상위임안이 부결된 바 있으며, 최종 수정안은 이달 본회의에서 재표결될 예정이다.

ECB는 앞으로도 내부평가시스템, 외부평가기관, 금융기관, EU 입법기관과 협력해 평가모형을 정교화하고 데이터 격차를 줄일 계획이다. ECB는 기후 리스크 통합이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니라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후변화 시대에 적합한 담보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이라며 지금 행동해야 금융안정을 지키고, 기후 리스크의 누적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