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세계는 접는데 한국만 ‘성장 중’…보조금의 힘?
전 세계 수소연료전지차(FCEV)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는 가운데, 한국만이 여전히 ‘수소차 육성’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클린테크니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의 수소 정책이 “산업정책의 유물로 전락했다”며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9월 전 세계 수소차(FCEV) 판매량은 9000대 미만으로 2024년 같은 기간(약 1만 대)보다 9.8% 감소했다. 중국의 상용차(버스·트럭) 부문 판매량은 5000대 이상에서 3000대 미만으로 45% 급감했다. 수소차가 더 이상 ‘차세대 기술’이 아닌 ‘퇴조하는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다.
한국만 늘어난 수소차 판매, 보조금 없이는 시장 형성 어려워
이런 가운데 수소차 판매가 증가한 유일한 국가는 한국이다. 현대차가 2025년 6월 출시한 신형 넥쏘(NEXO)는 전 세계 수소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국내에서 약 3500대가 팔렸다. 하지만, 이 수치는 같은 기간 국내 배터리 전기차 12만대 등록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는 시장의 자발적 수요라기보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만든 인위적 수요라는 평가다. 현대차 넥쏘의 기본 가격은 약 5만3000달러(약 7000만원)이지만,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결합돼 실제 소비자 가격은 2만6000~3만3000달러(약 3700만~4800만원)로 크게 낮아진다. 중앙 정부는 자동차 한 대당 약 1만6000달러(약 2300만원), 지방정부는 8000만~1만2000달러(약 1100만~1700만원)을 지원한다. 정부 보조금을 합치면 소비자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반면, 배터리 전기차(BEV)는 중앙정부 보조금이 최대 4100달러(약 590만원) 수준에 그친다. 수소차에 비해 보조금 규모가 훨씬 작다. 결과적으로 한국 소비자는'비슷한 돈으로 6배 더 비싼 수소차를 살 수 있는' 구조가 된 셈이다.
산업정책이 만든 '수소차 신화', 경제성 없는 완고한 베팅인가
클린테크니카는 "한국 정부와 현대차는 수소 경제 활성화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왔다"며 "그러나 수소 에너지의 물리적·경제적 한계, 수소 생산 및 운송의 높은 비용, 글로벌 시장 축소 흐름은 수소 모빌리티 확대에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현대자동차가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수소 연료 및 충전 인프라의 경제성은 여전히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소차 구매자는 차량 보조금 외에도 연료 지원 혜택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넥쏘(NEXO) 넥스트 이지 스타트(Next Easy Start)’ 프로그램을 통해 구매자에게 최대 1700달러(약 230만원) 상당의 선불 수소 충전 크레딧을 제공한다. 정부도 수소 생산 및 유통 과정의 실제 비용과 소비자 가격 간 차이를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수소의 소매 가격은 킬로그램(kg)당 약 7.30달러(약 1만원) 수준이지만, 이는 정부 보조가 반영된 금액이다. 수소 충전소 운영자들은 정부 지원 덕분에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연료를 공급받으며, 전기요금·압축비·유지보수비 등에 대해서도 직접 운영 보조금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전소의 경영 여건은 악화 일로다. 한 충전소는 하루 평균 100kg 정도의 수소만 판매하고 있는데, 손익분기점은 약 300kg 이상이다. 현재 가격 기준으로 계산하면 충전소 한 곳의 연간 매출은 약 25만~30만달러(3억3000만~4억원) 수준이지만, 인건비·전력비·설비 유지비 등 운영비만으로도 이를 초과한다.
수소 충전소를 새로 짓는 데는 150만~300만달러(약 20~30억원)의 초기 자본비용이 들어간다. 감가상각까지 고려하면 모든 충전소가 구조적으로 적자를 내는 셈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끊기는 순간 대부분의 충전소는 즉시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수소 인프라는 시장이 아니라 세금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수소차 사업, 선업정책의 상징?
현재 한국은 약 230여 개의 수소충전소를 운영 중이며, 이는 25만 개에 달하는 전기차 충전소와 비교할 때 규모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소 인프라는 시장이 아니라 보조금으로 유지되는 구조”라며 “공공 지출이 멈추면 즉시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국 정부는 수소를 ‘에너지 자립’의 대안으로 삼아왔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수소연료전지, 수소버스, 전해조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고, 정부는 수소를 미래 수출산업의 축으로 삼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수소를 생산·압축·운송·저장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동일 전력을 배터리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한 업계 전문가는 “수소를 재생에너지로 만든 뒤 다시 차량용 전기로 바꾸는 과정은 물리적으로 비효율적”이라며 “정책적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한 주요국은 수소차 시장에서 빠르게 손을 떼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수소 트럭 개발사들이 잇달아 파산하거나 배터리 기반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중국도 대규모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연료비와 물류비 부담 탓에 사업을 축소 중이다.
특히 상업용 차량 부문에서도 수소의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디젤 대비 에너지 단가가 여전히 높고, ‘그린수소’ 생산비용도 하락하지 않아 수익 모델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수소차 프로그램은 이제 “사업이 아닌 산업정책의 상징”으로 불린다. 실제로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수소 부문은 시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뚜렷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린테크니카는 "전기차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상업용 수소 차량이 위축됨에 따라 한국의 수소 충전소 네트워크는 매년 더욱 고립될 것"이라"한국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산업 전략의 관성으로 인해 다른 나라보다 조금 더 느리게 실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