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30 개막…화석연료 전환 로드맵·기후재원 1조3000억달러 논의 본격화

2025-11-10     송준호 editor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을 맞아 브라질 벨렝에서 개막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화석연료 전환과 메탄 감축을 핵심 의제로 다룬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각) 세계 정상들이 기후변화 대응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 뒤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총회는 11월 21일까지 12일간 진행되며 약 5만 명이 참석한다. 한국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관계부처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을 파견했다. 특히 올해는 각국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는 해로,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가 아직 미제출 상태다. 김 장관은 고위급회의 기간 한국의 2035년 NDC를 국제사회에 공표할 예정이다.

아나 토니 브라질 환경부 장관이 COP30을 ‘확장 가능한 기후해법을 선보이는 무대’로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 COP30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 놓고 선진국-산유국 대립

가장 첨예한 쟁점은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화석연료 의존을 극복하기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COP28에서 각국이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약속했지만, 이후 제출된 60개 이상의 국가 기후 공약 중 석유·가스 생산 감축 목표를 포함한 사례는 단 하나도 없었다.

앙드레 코헤아 두 라구 COP30 의장은 "모든 화석연료 생산국이 전환에 합의했으므로 이제 구체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마셜제도 칼라니 카네코 외무장관은 "화석연료 산업이 공정하고 질서있는 전환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공급 충격과 자원 갈등, 좌초자산의 유산을 우리에게 남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의제 설정 단계부터 갈등이 표면화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를 포함한 동질개도국그룹은 선진국의 개도국 기후재원 제공 조항과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일방적 무역조치를 의제에 포함시키려 한다. 반면 군소도서국연합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 방안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으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국은 고위급 대표를 파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의 탈퇴는 내년 1월 27일 공식화된다. 다만 위스콘신·뉴멕시코 주지사와 피닉스 시장 등 100명 이상의 주·지방 정부 대표단은 참석한다.

 

메탄 감축 국제 공조 본격화…2030년까지 30개국 지원

기후재원 확충도 핵심 의제다. 2009년 코펜하겐 회의에서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약 140조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제 이행은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파리협정은 2025년 이후 이를 대체할 새로운 재원 체계 수립을 예고했으며, 이 논의가 지난해 COP29에서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NCQG)'로 이어졌다.

당시 협상에서는 2035년까지 개도국에 연간 최소 3000억달러(약 440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방향이 논의됐다. 브라질은 여기에 공공·민간 자금을 모두 포함해 연간 1조3000억달러(약 1890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바쿠–벨렝 로드맵’ 구체화를 이번 회의에서 추진하고 있다.

전 지구적 적응목표 이행을 점검할 지표체계 마련도 중요한 과제다. 국제사회는 2년간 400개에서 100개로 줄인 지표 후보를 기반으로 이번 총회에서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적응 재원 2배 확대 목표가 올해 말 만료되면서 새로운 목표 설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의장국 브라질은 아마존 한가운데서 열리는 COP30의 특성을 살려 '열대우림 영구 기금'(TFFF) 출범을 추진 중이다. 총 1250억 달러 규모로 설계된 이 기금은 보전된 열대우림 면적만큼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전체 자금의 최소 20%는 선주민과 지역 공동체에 직접 전달될 예정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잉어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국가 기후 계획이 일부 진전을 이뤘지만 속도가 충분치 않다"며 "검증된 해법이 이미 존재하므로 각국이 야심찬 기후 행동에 전력 투자할 때"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