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세계 첫 ‘친환경 유류세’ 도입… 항공료 최대 32달러 오른다

2026년부터 SAF 부과금 적용… 탄소비용 소비자에 전가 시작

2025-11-11     이재영 editor

싱가포르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항공료가 내년부터 최대 31.95달러(약 4만3000원) 인상된다. 싱가포르 정부가 세계 최초로 ‘지속가능 항공연료(SAF·Sustainable Aviation Fuel)’ 부과금을 시행하기로 하면서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각) "싱가포르는 승객에게 친환경 유류세를 부과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이며, 글로벌 항공 허브로서의 역할을 고려할 때 이 부과금은 특히 중요하다"며 "항공산업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본격적인 제도 전환이 시작된 셈"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항공료가 내년부터 최대 31.95달러(약 4만3000원) 인상된다. 싱가포르 정부가 세계 최초로 ‘지속가능 항공연료(SAF·Sustainable Aviation Fuel)’ 부과금을 시행하기로 하면서다./chatGPT 생성이미지

싱가포르 민간항공국(CAAS)은 6일 “2026년 1월 1일부터 SAF 사용 확대를 위한 친환경 연료 부과금을 도입한다”며 “항공권 클래스와 비행 거리별로 금액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과금은 오는 2025년 4월 1일부터 판매되는 항공권에 적용되며, 10월 1일부터 출발하는 항공편에 실제 부과된다. 

 

이코노미는 1달러, 미주 노선 비즈니스석은 40달러 이상

민간항공국에 따르면, 이코노미석·프리미엄 이코노미석 단거리 노선 이용객은 1싱가포르달러(약 980원) 수준의 부과금이 적용된다. 반면 미주 노선 등 장거리 항공편의 경우 최대 10.40싱가포르달러(약 31.95달러)가 붙게 된다. 비즈니스석·일등석 이용객은 최대 4배까지 더 많은 금액을 내야 한다. 

화물 항공편에도 거리당·중량당 기준으로 별도의 SAF 요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단,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환승 승객은 예외로, 추가 요금을 내지 않는다.

이코노미석·프리미엄 이코노미석 단거리 노선 이용객은 1싱가포르달러(약 980원) 수준의 부과금이 적용된다. 반면 미주 노선 등 장거리 항공편의 경우 최대 10.40싱가포르달러(약 31.95달러)가 붙게 된다./ 블룸버그 캡처

싱가포르 정부는 이번 부과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중앙집중 구매 기금으로 사용한다. SAF는 폐식용유나 농업 폐기물 등으로 생산되는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기존 제트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 80% 줄일 수 있다.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항공연료 내 SAF 혼합비율을 3~5% 수준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공산업 탄소 감축 위한 ‘첫 단추’

싱가포르 대표 국제공항이자 세계적인 항공 허브인 창이공항(Changi Airport)은 올해 승객 6830만명(2019년 최고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번 제도는 글로벌 항공 허브로서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CAAS 관계자는 “지속가능 항공연료는 항공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 요소지만, 생산비가 기존 연료보다 훨씬 비싸다”며 “이번 부과금은 시장 기반으로 SAF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현실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 세계 SAF 생산량이 지난해 두 배로 증가했지만, 전체 제트연료의 0.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속가능 연료의 높은 단가와 공급 제한이 항공업계 탈탄소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항공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2%를 차지하지만, 여행 수요 급증으로 향후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COP30 개최 시점에 맞춘 ‘녹색 선언’

이번 발표는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와 시기를 같이한다. 전 세계 약 200개국 대표단이 참여해 기후변화 완화의 세부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싱가포르의 결정은 아시아 최초의 ‘녹색 항공세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여행객은 항공요금 인상에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정부가 당초 예측했던 부과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초기 우려는 완화됐다. 

당초 SAF 가격을 기준으로 3~16싱가포르달러(약 3350~1만7800원) 수준의 추가 비용이 예상됐지만, 최근 원료 비용이 하락하면서 부담이 줄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