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기후리스크 감독 본격 제재 단계로…은행 ‘중대성 평가’ 미이행 첫 과태료

2025-11-11     고현창 editor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은행 아방카 코르포라시온 방카리아(ABANCA Corporación Bancaria)에 대해 기후·환경리스크 관련 의무 이행을 위반한 혐의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ECB는 10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ABANCA가 2023년 12월 1일자 ECB의 결정에서 요구된 ‘기후 및 환경 리스크 중대성 평가’ 요건을 준수하지 않아 18만7650유로(약 2억7400만원)의 정기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65일간 ‘중대성 평가’ 미이행…ECB, 반복적 불이행 제재 조치

ECB에 따르면 ABANCA는 2024년 3월 31일까지 기한 내 중대성 평가를 완료하지 못해 65일간 의무를 불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ECB는 2013년 10월 제정된 ‘이사회 규정 No.1024/2013 제18조 제7항’에 근거해 ABANCA에 집행조치를 취했고, 정기벌금은 해당 기간 동안 매일 벌금이 누적되는 방식으로 산정됐다. 금액은 EU 감독규정에 따라, 매일 최대 일일 매출의 5%까지 누적될 수 있다. 다만 누적 기간은 최대 6개월로 제한된다.

ECB는 “ABANCA가 기한 전에 기후 및 환경 리스크의 중대성를 충분히 평가하고 문서화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제재 규모를 산정할 때 위반의 강도, 위반 기간, 감독대상 기관의 일일 매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기후리스크 감독 강화 지속…은행별 맞춤 기한 설정

ECB에 집행조치를 받았을 때 단계별 진행 과정을 설명하는 이미지. ECB의 감독결정을 통보받으면 특정 시한까지 조치를 취해야 하며(1단계), 미이행 시 정기벌금이 자동 발생하고(2단계), 최대 6개월까지 벌금이 누적되면 ECB는 최종 제재안을 안내한다(3단계). ECB와 해당 은행 협의 후 ECB는 위반 내용을 적시한 내용을 공개한다(4단계). / ECB 홈페이지 'What are periodic penalty payments?'

ECB는 2020년 ‘기후 및 환경 리스크 가이드’를 발간한 이후, 단계적으로 감독 강도를 높여왔다. 2022년에는 기후리스크 스트레스 테스트와 주제별 검토를 통해 주요 은행들의 관리 미비점을 확인했고, 각 은행에 맞춤형 일정과 개선 요구사항을 담은 피드백 서한을 발송했다.

이후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ECB는 법적 구속력을 지닌 명령과 정기벌금을 부과하는 집행조치를 도입해왔다. 이러한 조치는 은행들이 기후·환경 리스크를 적절히 식별하고 관리·공시하도록 강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ECB는 “은행들이 감독결정이나 규정에 명시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반복적 제재를 통해 규정 준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BANCA는 이 결정에 대해 행정심사위원회(Administrative Board of Review, ABoR) 또는 유럽사법재판소(CJEU) 에 항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