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B, TNFD 흡수해 자연자본 공시 표준화…기업 공시범위 ‘기후→자연’ 확장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자연자본 관련 공시 기준 제정에 공식 착수했다. 이는 기후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생태계·생태서비스 등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를 기업 공시체계에 본격적으로 포함시키려는 첫 움직임이다.
ISSB, TNFD의 LEAP 접근방식 활용한 자연자본 기준 추진
ISSB는 기존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IFRS S1)에 자연 관련 항목을 통합하고, 2026년 10월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CBD COP17)까지 초안 형태의 공시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ISSB는 TNFD가 마련한 공시 권고안과 핵심 지표, 그리고 ‘LEAP 접근법’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설계할 예정이다. LEAP 접근법은 기업과 자연자본의 관계를 평가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로 기업이 사업 활동의 위치를 파악(Locate)하고, 자연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을 평가(Evaluate)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위험과 기회를 분석(Assess)하고 대응체계를 마련(Prepare)하는 구조다. ISSB는 해당 절차를 토대로 기업이 자연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ISSB는 이번 표준 제정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자연 관련 정보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조치라고 밝혔다. 현재 40여 개국이 ISSB 기준을 도입 또는 활용하고 있는 만큼, 향후 자연자본 공시 역시 기후 공시와 유사한 수준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TNFD, ISSB기준과의 통합 도모…자체적 기술지침 작성 중단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시협의체(TNFD)는 ISSB의 자연자본 공시 기준 제정 결정을 환영하며, 자체 기술지침 개발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TNFD는 현재 진행 중인 부문별 가이드라인을 2026년 3분기까지 마무리한 뒤, 이후에는 새로운 기술지침 개발을 중단하고 ISSB의 기준 제정 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책임투자 전문 미디어 RI가 실시한 ‘자연과 투자자 설문조사 2025’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기관의 79%가 이미 TNFD 권고안을 활용해 포트폴리오 내 자연 관련 위험과 영향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관의 시가총액은 9조 달러(1경 3200조원), 운용 자산 규모는 22조 달러(3경 2250조원)에 달한다. 또한 77%는 “ISSB가 자연·생물다양성·생태계 서비스에 대한 별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91%는 ISSB가 TNFD 프레임워크를 통합하거나 채택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에 TNFD는 “TNFD의 기준의 자발적 채택 확산이 ISSB의 공식 표준화 과정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TNFD는 앞으로 기업과 금융기관이 향후 ISSB 기준에 대비해 자연자본 관련 정보를 공시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과 역량 강화를 적극 수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