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기금, ESG 기준으로 자금 재배분…맨그룹에 19조원 신규 위탁
세계 최대 규모 상장 헤지펀드 운용사인 영국 맨그룹(Man group)이 지속가능성 기준을 바탕으로 위탁 자금을 재배분하는 유럽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신규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각) 2000억달러(292조8400만원)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맨그룹이 9월 네덜란드 연기금 PFZW로부터 132억달러(약 19조3684억원) 규모의 위탁 운용 계약을 따냈다고 전했다.
PFZW는 총 540억유로(약 91조5829억원)에 달하는 외부 상장주식 위탁운용 계약을 재조정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이 과정에서 블랙록과 AQR캐피털매니지먼트 등 일부 운용사들은 위탁 계약을 잃었다.
네덜란드 연기금 PFZW, 위탁운용 계약 재조정…블랙록은 계약 잃어
현재 ESG 투자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재생에너지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S&P의 주요 청정에너지 지수는 올해 50% 이상 상승했으며, 약 16%인 MSCI월드지수, 약 20%인 나스닥100지수, 약 14%인 S&P500지수의 상승률을 모두 크게 상회한다.
맨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626억달러(약 91조6276억원) 이상이 ‘책임투자 통합 자산’으로 분류돼 있다고 밝히며, 향후에도 녹색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맨그룹의 천연자원 담당 포트폴리오 매니저 앨버트 추는 “배터리, 태양광, 분산형 전력망 등은 이제 현실적인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2000년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며 “친환경주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에도 시장 붕괴는 있었지만, 견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은 살아남아 이후 번성했다”고 설명했다.
ESG 투자, 시장 웃도는 수익률…인력 유지해 온 회사들이 성과 얻어
지속가능 투자는 최근 몇 년간의 어려운 시기를 지나 다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클린테크 관련 주식들이 반등하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정치적 분열에 따라 운용사별 전략은 엇갈리며, 일부 운용사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인력을 축소하고 있다.
맨그룹의 책임투자 리서치 책임자 제이슨 미첼은 “관련 전문 인력을 유지해온 회사들은 이제 그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운용사들이 팀을 축소하거나 인력을 잃는 동안, 우리는 데이터와 퀀트 역량, 리서치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며 “그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ETF파트너스의 매니징 파트너 롭 제니저는 역시 “2026년에 환경 기술에 초점을 맞춘 다섯 번째 펀드를 준비 중”이라며, “유럽과 미국의 정책이 극명하게 갈라진 지금은 유럽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파리 기반 자산운용사 유라지오(Eurazeo)의 지속가능·임팩트 투자 총괄 파트너 소피 플락은 “고객들이 정치 주기보다 긴 투자 시계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이 비공식 대화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4년이지만 우리 투자 기간은 7~10년이다’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