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버려진 타이어’ 추적… 캐나다 eTracks가 만든 '현실 순환경제'
전기차, 항공, 물류 산업이 급성장하며 타이어 폐기물 관리 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약 10억 개의 타이어가 수명을 다한다. 타이어는 비생분해성으로 매립지에서 수백 년간 남아 있으며, 이를 안전하게 회수·재활용하지 못할 경우 환경오염과 화재, 병충해 온상이 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확장생산자책임제(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제조사가 타이어의 생산뿐 아니라 폐기·재활용 단계까지 책임지는 제도로, 타이어 회수 및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법적 제도화하고 있다.
지속가능미디어 트리플펀딧은 10일(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시작된 이트랙스(eTracks)사의 디지털 관리 모델을 그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았다.
‘유령 타이어’ 사라진 온타리오의 교훈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2018년 타이어 EPR 제도를 최초 도입한 지역 중 하나다. 초기에는 규제가 허술해 '유령 타이어(Ghost Tires)'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일부 수거업체들이 같은 타이어를 여러 번 운반한 것처럼 속여 타이어 수거량과 수수료를 부풀리는 사례가 잇따른 것이다.
이에 온타리오주 정부는 생산자별 책임 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자동차 딜러와 제조사가 각자 유통한 타이어에 대해 회수 및 재활용 책임을 지도록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이로써 수거, 운송, 재활용 전 과정의 투명한 검증 체계가 요구됐다.
이 틈을 파고든 혁신기업이 바로 '이트랙스 타이어 관리시스템(eTracks Tire Management Systems)'이다. 이트랙스는 타이어의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모든 단계를 디지털로 추적하는 시스템인 ‘eSRP(eSustainable Recovery Platform)’을 개발했다. 2022년 시행된 이 시스템은 타이어 수거와 반납 과정에 ▲QR코드 기반 문서화 ▲위치 정보 기록 ▲픽업 및 반납 사진 등록 ▲AI 기반 데이터 검증 기능 등의 기능이 포함돼 있다. 특히 AI는 입력된 사진과 무게 데이터를 대조해 수거량 부풀리기나 허위 보고를 즉시 탐지한다.
스티브 멜드럼 이트랙스 CEO는 “온타리오의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며 “이 환경에서도 통할 시스템이라면 다른 지역에는 더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6000여 거점 연결한 순환 플랫폼
과거에는 대부분의 수거업체들이 종이 장부나 엑셀 파일로 데이터를 관리했다. 하지만 수천 톤의 타이어를 처리하는 기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멜드럼 CEO는 “종이 기록은 추적 불가능하고, 감사도 어렵고, 무엇보다 비효율적”이라며 “클립보드 하나만 잃어도 2만 개 타이어의 기록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온타리오 전역의 6000여 개 수거 지점(정비소·딜러·이송센터 등)이 eSRP 시스템에 연결돼 있으며, 연간 1300만 개 타이어의 흐름이 이 플랫폼을 통해 관리된다. 수거업체와 재활용 공정업체가 전자문서로 입·출고를 확인하고, 타이어 분쇄 후 얻은 고무 원료의 판매처까지 기록된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는 회계 감사가 가능한 수준의 투명성을 제공하며, 제조사는 eTracks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법적 EPR 의무를 이행한다. 과거 수작업 장부 관리에 의존하던 시절과 달리 현재는 모든 과정이 모바일과 클라우드 환경에서 관리된다. 멜드럼 CEO는 “예를 들어 홈디포에서 판매되는 고무 매트를 추적하면, 그 재료가 어떤 지역의 폐타이어에서 나왔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타이어 재활용 소재는 운동장 충진재, 러버매트, 트럭 라이너, 고무 개량 아스팔트 등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아직 폐타이어로 완전한 새 타이어를 만드는 기술은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관련 산업 생태계는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으로 확산되는 EPR 제도

온타리오의 성과를 기반으로 이트랙스는 현재 캐나다 다른 주(州)와 함께 미국 시장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특히 2023년 미국 코네티컷주가 최초로 타이어 EPR 법을 제정한 이후, 버지니아·버몬트주도 잇달아 동참했다.
미국 지방자치단체들은 그동안 불법 폐기 타이어 처리 비용을 떠안았으나, 이제 제조사 책임이 명확해지면서 부담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코네티컷주의 하우사토닉(Housatonic) 자원회수청의 제니퍼 히튼-존스 전무는 “이제 제조업체가 폐타이어 관리의 동반자로 나서는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타이어는 소재가 복잡하고 부피가 크기 때문에 재활용이 쉽지 않은 품목으로 꼽힌다. 아직 폐타이어로부터 새 타이어를 만드는 기술은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이트랙스의 시스템은 그 방향성을 제시한다. 데이터 기반의 추적성과 투명한 재활용 기록이 “타이어 순환경제의 실질적 기반”이 될 것이란 평가다.
스티브 멜드럼 CEO는 “우리는 타이어를 단순히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본다. 완전한 순환의 길로 가는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