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있는 실리콘밸리에서도…완공된 데이터센터, 수년째 ‘가동 못해’

2025-11-12     송준호 editor

미국 전력망 포화로 이미 완공된 데이터센터들조차 가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디지털리얼티트러스트와 스택인프라스트럭처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건설한 최신 데이터센터 2곳이 전력망 용량 부족으로 2028년까지 가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산타클라라는 엔비디아 본사가 위치한 곳으로, 실리콘밸리 핵심 지역에서도 인프라 병목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공 후에도 ‘전력 대기’…AI 중심지에서 발생한 역설

산타클라라에서는 총 100메가와트(MW) 규모의 데이터센터 2곳이 완공됐지만, 전력망 포화로 가동이 지연되고 있다.

디지털리얼티는 2019년 건설을 신청해 현재까지 완공된 상태로 남아 있으나, 핵심 IT 부하 48MW를 감당할 전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블루아울캐피털이 올해 인수한 스택인프라스트럭처는 2021년 인허가를 받아 최근 48MW급 SVY02A 캠퍼스를 완공했지만, 자체 변전소와 8개의 데이터홀을 갖춘 채 여전히 유휴 상태에 놓여 있다.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건설은 평균 1~2년이면 완료되지만, 발전소·송전망 등 주요 전력 인프라는 대부분 이보다 훨씬 긴 개발 주기를 갖고 있다. 특히 석탄·풍력(해상)·수력·원자력 등은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려, AI 인프라 확장 속도와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출처: Deloitte Insights, 〈Can US Infrastructure Keep Up With the AI Economy?〉, 2025)

두 시설은 엔비디아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 중심부에 자리해 AI 연산 인프라의 상징적 프로젝트로 꼽혔으나, 전력망 제약으로 인해 운영이 지연되고 있다. 산타클라라 시가 운영하는 공공 전력회사 실리콘밸리파워는 전력망 확충을 위해 4억5000만달러(약 6600억원)를 투입하고 있으나, 업그레이드 완료 시점은 2028년으로 예정돼 있다. 시에 따르면 현재 57개의 데이터센터가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이다.

블룸버그는 대형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연결 대기 기간이 미국 전역에서 평균 3년에 이르며, 실리콘밸리와 버지니아 지역은 이보다 훨씬 길다고 전했다. 버지니아 북부의 ‘데이터센터 앨리’를 담당하는 도미니언에너지는 연결 소요 기간이 최대 7년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고, 오리건주에서는 아마존이 버크셔해서웨이 계열 전력회사가 약속된 전력을 공급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보고됐다.

 

전력요금 급등…AI 인프라 확장 속도 ‘전력망’이 좌우

이처럼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특정 지역을 넘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NEF는 AI 연산에 따른 전력 수요가 2035년까지 미국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딜로이트 역시 같은 기간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4년 4기가와트(GW)에서 2035년 123GW로 30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딜로이트가 미국 전력회사와 데이터센터 경영진 1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2%는 전력 및 전력망 용량 부족을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82%는 기술 혁신, 76%는 규제 개선을 핵심 대응 방향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전력 효율을 높이는 칩 전력 전달 구조 혁신, 액체 냉각·지열 냉각 기술, 피크 시간대 연산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는 부하 유연성(load flexibility) 등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했다. 딜로이트는 전력 인프라 확충에 실패할 경우 AI 인프라 성장세가 제약돼, 미국의 기술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투자 속 전력 인프라 격차 확대

수요가 강력한 만큼 AI 인프라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블루아울캐피털은 최근 메타의 루이지애나 프로젝트에 300억달러(약 44조원), 오라클의 뉴멕시코 프로젝트에 200억달러(약 29조원)를 투입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도 올해 2000억달러(약 292조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단행했으며, 대부분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쓰였다.

딜로이트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통상 1~2년이면 완료되지만 발전소와 송전망 확충에는 10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전력망 용량 부족이 미국 AI 산업 확장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