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ISS·글래스루이스 ‘의결권 영향력’ 제한 검토… FTC도 반독점 조사 착수
백악관이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는 최근 자문사들의 권고가 주주투표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관련 규제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백악관, 의결권 자문사·인덱스펀드 주주투표 영향력
제한하는 행정명령 고려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ISS, 글래스루이스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를 대상으로 권고 범위를 제한하거나 주주투표 관여 방식을 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의결권 자문사가 특정 안건에 대해 자동으로 투표 권고를 내리는 관행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다만 백악관은 “공식 발표 전까지는 모든 논의가 가설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최종 결정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부 내부에서는 의결권 자문사뿐 아니라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대형 인덱스펀드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관행도 함께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운용사는 상장기업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어 주주투표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행정부는 일부 안건에서 자문사 권고와 운용사 투표가 일치하는 빈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산업계는 그동안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경영진 판단과 다른 권고를 반복하고 ESG이슈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두 자문사가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일론 머스크는 ISS가 자신의 보상안을 반대하자 강하게 반발하며 자문사 역할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 역시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기업 의사결정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경영계가 제기해온 우려를 정책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화됐고, 이는 백악관이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게 된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글래스루이스는 “의결권 자문은 투자자의 이익을 위한 독립적 분석”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美 연방거래위원회, ISS·글래스루이스 반독점 조사 착수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반독점법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의결권 자문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했고, 인력과 분석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 자산운용사들이 두 회사의 평가와 권고에 크게 의존해왔다
WSJ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두 회사의 경쟁 관행 전반과 ESG 주주제안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자문을 제공해왔는지를 포함한다. 특히, FTC는 ISS와 글래스루이스에 ‘불공정 경쟁’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래스루이스는 조사 요구에 협조하고 있다며 “조사 개시가 위법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FTC 조사는 올해 초 공화당 주도의 하원 법사위원회가 같은 의결권 자문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반독점 조사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