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OP30서 “미·EU 무역장벽이 기후목표 저해” 직격

2025-11-17     송준호 editor

미·중 통상 갈등과 서방의 무역장벽이 글로벌 기후목표 달성을 위협한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은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 기후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유럽연합(EU) 규제가 녹색 전환을 저해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블룸버그는 16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중국 고위 자문단이 “일방적 조치들이 비용을 끌어올리고 녹색 제품의 글로벌 보급을 늦추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이런 조치가 공급망을 파편화하고, 기후정책에서 필요한 국제 협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불참 속 중국의 '기후 외교' 강화

3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이 유엔 기후정상회의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으면서,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을 본격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COP30 회의장 입구에 대형 국가관을 설치하고, 주요 청정에너지 기업 임원들이 영어로 녹색 미래 비전을 발표하는 등 과거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프란체스코 라 카메라 사무총장은 "물은 공간이 있는 곳으로 흐르고, 외교도 마찬가지"라며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분야의 중국 지배력이 기후 외교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생태환경부 리가오 부장관은 COP30에서 중국의 재생에너지 선도 지위가 "특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혜택을 준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 태양광 업체 트리나와 롱지, 전기차 기업 BYD 등이 대거 참여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COP30 안드레 코헤아 두 라구 의장과 아나 드 토니 CEO는 중국의 청정에너지 기술 리더십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드 토니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체 에너지 혁명을 수행했을 뿐 아니라, 그 규모 덕분에 이제 우리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저탄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중잣대”로 규정한 중국의 반발

중국은 서방세계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인 왕이(王毅) 생태경제학자는 "한편으론 중국에 속도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그 진전을 저해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며 "명백한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중국 순환경제협회 주리양(朱黎陽) 회장도 EU의 전기차·배터리 규제를 겨냥해 "중국 제품은 자체 녹색 인증을 갖고 있지만 EU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EU 지정 기관 인증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 합리적으로 보이는 기술 규정으로 중국의 녹색 제품 수출 비용을 조용히 끌어올렸다"며 "이는 무역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대표단이 가장 문제 삼은 제도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EU는 오염 산업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중국은 이를 자국 수출품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로 본다. 중국은 전기차 등 신에너지 기업들이 EU 규제 준수에 드는 비용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COP30에 약 800명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하며 브릭스(BRICS) 회원국인 브라질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거시경제연구원 에너지연구소 바이콴(白泉) 소장이 중국관에서 열린 ‘CETO 2025’ 발표 행사에서 2024~2060년 에너지 전환 전망을 설명하는 모습. / 사진 = 카본브리프 

 

“7~10% 감축” 목표… 중국·EU 상호 비판 격화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정점 대비 7~1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0년 밝힌 '2030년 전 배출 정점, 2060년 탄소중립' 목표의 구체화 수준이다.

하지만 EU 기후위원 보프케 훅스트라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적 언사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존 케리 전 미국 기후특사 밑에서 부특사를 지낸 수 비니아즈도 "중국이 원했다면 더 야심찬 감축 목표를 내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자문단은 이 평가에 반박했다. 자문단은 "선진국의 재정 지원과 비상업적 기술 이전 등 파리협정의 핵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해 여건에 따라 목표를 상향하는 것이 실행 가능한 경로"라고 주장했다.

왕이는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이후 그 공백을 메우고 모멘텀을 유지하려면 글로벌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세계를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고, 이는 파리협정의 원칙과 정신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