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금융으로 돈 흐름 바뀐다…블랙록·HSBC 동남아 대거 투입, 도이체방크도 목표 키웠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전환금융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점찍고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산과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며 전환금융이 글로벌 자본의 새로운 투자 무대로 떠오른 것이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록·HSBC 계열 인프라 투자 플랫폼들도 동남아 인프라 부채 시장을 겨냥해 조직을 확대했으며, 도이체방크는 전환금융을 포함한 9000억유로(약 1525조257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금융 목표를 제시했다.
블랙록 GIP·펜타그린, 동남아 인프라 라인 강화…싱가포르 FAST-P 지원
싱가포르가 동남아를 중심으로 지역 탄소배출 감축을 추진하면서, 금융사들이 인프라 부채 시장을 겨냥해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 인다우어스(Endowus)에 따르면, 인프라는 사모펀드 시장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로, 2024년 기준 운용자산은 1조3000억달러(약 1900조9900억원)로 10년 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디지털화, 인구구조 변화 등이 경제발전 패턴을 바꾸면서 장기 인프라 투자 수요를 끌어올린 결과다.
블랙록 산하 사모펀드 부문인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는 최근 사울 라카를 인프라 사모대출 총괄 전무로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HSBC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설립한 지속가능 인프라 금융 플랫폼 펜타그린캐피털(Pentagreen Capital)도 바이바브 토틀라를 지속가능 인프라 부채 투자 총괄 전무로 임명했다. 또한, HSBC는 올해 9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신 로드리고 살바도를 영입해, 민간 자본이 잘 유입되지 않는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신규 조직을 이끌도록 했다.
GIP, HSBC, 펜타그린캐피털은 싱가포르 정부가 추진하는 ‘아시아 전환금융 파트너십(FAST-P)’의 지원기관이다. FAST-P는 공공·민간·자선단체 자금을 모아 총 50억달러(약 7조3130억원) 규모의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펜타그린캐피털은 FAST-P 내에서 10억달러(약 1조4630억원) 배분을 맡아 남아시아·동남아 지역의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 전기차 인프라, 수자원 및 폐기물 관리 등 분야에 투자하도록 지정됐다. HSBC의 지원으로 이미 5억1000만달러(약 7460억원)의 약정 자금을 확보했다.
도이체방크, 전환금융 포함해 2030년까지 9000억유로 지원 목표
도이체방크도 전환 금융 확대에 나섰다.
도이체방크는 17일(현지시각) 2020년부터 2030년 말까지 지속가능금융을 9000억유로(약 1525조2570억원) 규모로 지원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기존 목표인 2025년 말까지 5000억유로(약 847조6300억원)의 지속가능금융·ESG 투자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대체하는 것으로, 은행 측은 2020년 이후 지금까지 약 4400억유로(약 745조6810억원)의 지속가능금융 및 ESG 투자를 이미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목표에는 처음으로 전환금융이 포함됐다. 전환금융은 고배출 자산을 녹색자산으로 전환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지만, 규제기관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가운데 아직 보편적 정의가 확립되지는 않았다.
도이체방크는 전환금융을 ‘넷제로에 이르는 신뢰할 만한 경로에 필요한 활동에 자본을 제공하는 것’과 ‘지속가능성 연계 솔루션에 자본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예를 들어, 가스 발전소를 수소 혼소 방식으로 개조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대출은 전환금융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르그 아이겐도르프 도이체방크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는 이번 목표확대가 “전환금융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시대로의 근본적 전환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전환금융 프레임워크의 첫 버전도 공개했다. 아이겐도르프는 이 프레임워크가 “배출 감축 기술에 대규모 자본을 동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