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양광 제조업, 석탄 고용 추월…퍼스트솔라 3억3000만 달러 투입
-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다섯 번째 공장…2027년까지 3만 개 일자리 창출 전망
미국 태양광 제조업이 석탄 산업 고용을 빠르게 추월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각) 클린테크니카는 미국 태양광 업체 퍼스트솔라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개프니에 3억3000만 달러를 투자해 5번째 미국 공장을 건설한다고 보도했다. 새 공장은 100만 평방피트 규모로 시리즈 6 플러스 박막 태양광 모듈의 최종 조립 공정을 담당한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박막 태양전지를 최종 모듈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2026년 하반기 가동 예정이며 600개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번 투자로 퍼스트솔라의 연간 생산능력은 3.7기가와트(GW) 늘어나 2027년 17.7GW에 달한다. 2026년 말까지 5500명 이상을 직접 고용하며, 2027년까지 직간접 일자리 3만 개와 30억달러(약 4조4000억원) 이상의 노동소득을 창출할 전망이다.
한 기업이 석탄 산업 고용의 13%
퍼스트솔라의 고용 확대는 미국 에너지 산업 지형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8월 기준 미국 석탄 채굴업 종사자는 약 4만1000명이다. 반면 퍼스트솔라는 2026년 말까지 직접 고용만 55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 기업이 전체 석탄 산업 고용의 13%를 웃도는 규모다.
석탄 일자리는 재생에너지 경쟁 이전부터 감소세였다. 기계화로 1985년 17만8000명에서 2011년 9만 명으로 줄었고, 2000년대 초반 천연가스 프래킹 붐이 하락을 가속화했다. 최근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약진이 결정타를 날렸다.
발전설비 시장 변화는 더 극적이다.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미국 신규 발전설비의 93%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했다. 이 중 83%가 태양광과 ESS였다. 경제성도 이미 역전됐다. 고정형 태양광이 세액공제 없이도 이미 많은 지역에서 천연가스 복합화력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배제 규정이 투자 촉매
이 같은 투자 확대 배경에는 미국의 정책 변화가 있다. 퍼스트솔라의 이번 투자는 올해 7월 통과된 '원 빅 뷰티풀 빌 액트(One Big Beautiful Bill Act)'가 계기가 됐다. 이 법안은 중국 기업이나 중국 자본이 투자한 기업에서 제품을 조달하는 태양광 프로젝트의 세액공제를 금지한다.
마크 위드마 퍼스트솔라 최고경영자(CEO)는 "법안 통과와 행정부 무역정책이 미국산 에너지 기술 수요를 증가시켰다"며 "신규 공장은 법안의 엄격한 조항을 준수하는 기술로 미국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퍼스트솔라의 투자가 지역경제를 강화하고 미국 에너지 독립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환영했다.
미국 태양광 제조 7배 확대
정책 변화는 미국 태양광 제조업 전반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2022년 이후 7배 증가해 56.5GW에 달하며 2024년 수요 35.3GW를 초과했다. 퍼스트솔라는 오하이오 3개, 앨라배마·루이지애나 각 1개 등 총 5개 공장을 운영하며, 세계 최대 태양광 제조사 중 유일하게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다. 2019년 이후 제조 및 연구개발(R&D) 인프라에 약 45억달러(약 6조6000억원)를 투입했다.
퍼스트솔라는 1990년 설립된 솔라셀스를 전신으로 카드뮴텔루라이드(CdTe) 박막 기술을 전문으로 한다. 박막 태양전지는 실리콘 덩어리 대신 용액을 표면에 분사하거나 인쇄하는 방식으로 제조돼 롤투롤 생산이 가능해 비용이 낮다. 자사 CdTe 모듈의 탄소·물 발자국이 중국산 결정질 실리콘 패널 대비 최대 4분의 1 수준이라는 게 이 회사 설명이다.
클린테크니카는 차세대 태양광 소재와 에너지저장 시스템이 연이어 시장에 등장하면서 석탄 우호 정책 입안자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