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소법원, 캘리포니아 기후위험 공시(SB261) ‘시행 제동’…배출 보고법(SB253)은 예정대로 간다
미국 ESG 공시의 ‘기준’이자 실질적인 전국 파급력을 지녔던 캘리포니아주의 기후위험 공시법 시행에 제동이 걸렸다.
미 연방 항소법원인 제9순회항소법원은 18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의 ‘기후관련 금융위험 공시법(SB 261)’ 시행을 긴급 중단시키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고 ESG투데이 등 현지미디어가 보도했다. 법 시행을 불과 몇 주 앞둔 시점에서 나온 판결이다.
반면, 기업의 온실가스(GHG) 배출량 공개를 요구하는 '기후 기업 데이터 책임법(SB 253)'은 중단 요청이 기각돼, 예정대로 2026년부터 법 시행 절차가 진행된다.
법원 "SB 261 잠정 중단"… 미국 기업들 첫 공시 직전 제동
항소법원의 이번 명령은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와 주요 산업단체들이 제기한 헌법 소송에 대한 대응이다. 이들 단체는 "캘리포니아 기후공시법 패키지 규정이 기업들로 하여금 ‘주관적 표현’을 강요해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해왔다.
'기후 재무리스크 공시법(SB 261)'은 캘리포니아에서 영업을 하는 연 매출 5억달러(약 7300억원) 이상인 기업에게 2026년 1월 1일부터 ▲기후 관련 재무 위험 공개, ▲위험 완화를 위한 대응 조치 보고 등을 의무화한 법이다.
제9순회항소법원은 항소가 심리되는 동안 집행을 일시 중단하되, 본안 심리는 2026년 1월 예정이라고 밝혔다.
판결 이후 미국 상공회의소 소송센터의 대릴 조제퍼(Daryl Joseffer) 수석 법률 고문은 성명에서 환영의 뜻을 밝히며, "우리는 두 법 모두가 기업과 공급망에 막대한 준수 비용을 부과하는 만큼, SB 261뿐 아니라 SB 253의 금지명령 확보도 추진할 것"이라며 "한 주(州)가 이런 부담을 전국 기업에 전가하는 권한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 상공회의소는 캘리포니아 규정이 사실상 ‘전국 표준’으로 작동할 것을 우려해 법적 대응을 강화해왔다.
SB 253(배출량 보고법)은 ‘예정대로’…스코프1·2 이어 3단계까지 확대
반면, 캘리포니아주가 동시에 추진한 '기후 기업 데이터 책임법(SB 253)'은 법원의 중단 명령 대상에서 제외돼, 2026년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연 매출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이상으로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에게 직접 배출량(스코프 1·2)뿐 아니라 공급망, 출장, 폐기물 등 간접 배출량(스코프 3)까지 공개하도록 의무화는 법이다. 스코프 1·2 보고는 2026년부터, 스코프 3 보고는 2027년부터 시작된다.
법 시행을 담당하는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이미 대상 가능 기업 4000여 개의 예비 명단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규칙 제정 절차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미국의 기후 공시 체제를 둘러싼 연방정부 vs. 주(州)정부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방 차원의 SEC(증권거래위원회) 기후 공시 규정은 최근 트럼프 정부의 정치·법적 공격에 가로막혀 시행이 불투명해진 반면, 캘리포니아 법안(SB 253·261)은 미국 대기업 다수를 포괄해 사실상 전국적 공시 기준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SB 261의 중단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전략을 완전히 철회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항소 결과가 뒤집힐 경우 2026년 보고 일정에 다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기업 전략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2026년 1월 항소심 결과에 따라, 일시 중단되었던 SB 261 법안이 되살아날 경우 즉시 기후 공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미 캘리포니아의 법시행 기관인 대기자원위원회(CARB)의 규칙이 세부화되면서, ▲배출 산정 방식 ▲검증 기준 ▲처벌 규정 등 실무기준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주요 시장 전반에서, 기후 공시 의무화 흐름이 후퇴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기업들은 해당 기준과 대응 전략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