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올리아, 30억달러에 ‘클린 어스’ 인수… 美 유해폐기물 시장 2위 부상
프랑스 환경ㆍ에너지기업 베올리아(Veolia)가 미국 폐기물 처리업체 ‘클린 어스(Clean Earth)’를 30억달러(약 4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베올리아는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유해 폐기물 시장에서 단숨에 2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이번 거래는 베올리아가 2022년 프랑스의 환경기업 수에즈(Suez) 합병 이후 미국에서 단행한 가장 큰 사업 확장이라고 전문미디어 E+E 리더가 21일(현지시각) 밝혔다. 수에즈는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환경ㆍ에너지기업으로, 주로 수자원 관리 및 폐기물, 에너지 서비스를 담당해왔으며, 당시 17조원(약 128억유로) 규모로 경쟁사인 베올리아에 인수합병됐다.
“미국 내 가장 큰 기술 확장”… TSDF 19곳 확보
클린 어스는 미국 전역에 환경청(EPA) 허가를 받은 19곳의 유해 폐기물 처리·저장·폐기시설(TSDF, Treatment, Storage, and Disposal Facility), 700건이 넘는 운영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베올리아는 단숨에 미국 전역의 유해 폐기물 관련 트워크와 첨단 처리기술을 배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게 됐다.
에스텔 브라클리아노프 베올리아 CEO는 "클린 어스의 기술·시설은 우리 사업과 매우 상호보완적"이라며, "특히 PFAS(과불화화합물) 파괴, 열처리, 액상 폐기물 화학 처리, 반도체·제약 등 첨단 제조 폐기물처리 분야에서 기술 통합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PFAS, 용매, 나노물질, 마이크로전자 제조 잔류물 등 새로운 유형의 오염물질이 급증하면서 유해 폐기물 분야가 ‘환경 기술 시험장’으로 변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제조업이 리쇼어링하면서 복잡한 화학 폐기물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과 제약 생산이 늘고 있는 남동부, 바이오테크 및 반도체 산업이 성장중인 태평양 북서부 지역 등에서 처리 수요가 급증해왔다.
베올리아는 이미 고온 소각·화학 안정화·초임계수 산화(SCW)·PFAS 열 파괴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클린 어스의 인프라를 더해 ▲지속 가능한 PFAS 처리 ▲신흥 오염물질 대응 ▲의약·배터리·반도체 등 고위험 산업 폐기물 처리 분야에서 경쟁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 물류·관리체계 고도화… AI 기반 폐기물 관리도 도입
또 클린 어스가 보유한 방대한 운영 허가는 베올리아가 디지털 폐기물 추적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규제 기반을 제공한다. 베올리아는 이를 통해 ▲자동 폐기물 프로파일링 ▲디지털 관리 연쇄 추적(chain of custody) ▲원격 시설 모니터링 ▲AI 기반 경로·처리 최적화 등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는 제약·바이오 제조·반도체 산업 등 폐기물 추적 요구가 높은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 요소다.
클린 어스는 미국 전역에 82개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베올리아는 "환경청 허가 TSDF 확충을 통해 미 전역에서 고부가가치 ‘기술 집약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산업 공급망이 복잡해지면서 유해 폐기물 처리는 국가 환경안보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올리아가 기존 미국 사업 확대 수준을 넘어, 기술 기반 유해 폐기물 처리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PFAS 처리·첨단 폐기물 기술·디지털 통합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베올리아는 미국 내에서 이 모든 기능을 전국 규모로 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