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폐타이어·배터리 공급망이 겪는 같은 문제…‘자동화·데이터 인프라’로 수렴
산업 탈탄소화 경쟁이 개별 기술 개발에서 자동화·데이터·제어 인프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각) 클린테크니카는 미국 시카고 오토메이션 페어에서 패널 토론 발언을 인용해 수소 생산·폐타이어 해중합·배터리 공급망 추적 등 서로 다른 산업이 공정 안정성, 데이터 검증, 규제 대응에서 동일한 병목을 경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토메이션 페어는 제조·에너지·인프라 기업과 자동화 솔루션 업체들이 참여하는 연례 산업 기술 행사로, 올해는 17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됐다.
수소·해중합·추적성…서로 다른 산업이 맞닥뜨린 같은 한계
전기화학 기반 수소 생산 분야는 기술 완성도보다 기존 공장에 새 공정을 얼마나 비용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지와 탄소 기준 충족 여부가 도입의 핵심 조건으로 부상했다.
산업 폐가스로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유틸리티 글로벌(Utility Global) 데릭 크레이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신규 수소 기술은 기술적 타당성만으로 채택되지 않으며, 비용과 탄소 벤치마크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레이머는 기존 수소 조달비용 대비 경쟁력, 설비 개조비 부담, 단위당 수소 생산비가 시장 가격과 유사한지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전기화학 공정의 효율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자동화 제어가 도입 여부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폐타이어를 분자 단위로 분해해 재생 원료로 전환하는 해중합 공정도 자동화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해중합 기술을 상업화한 볼더 인더스트리즈(Bolder Industries) 토니 위벨러 창립자는 생산자책임 규정 강화와 타이어유래연료(TDF) 규제 축소로 품질 편차를 최소화한 표준 공정 확립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타이어 구성의 90%가 석유계 성분이어서 순환 원료 회수가 단기 감축 효과를 좌우하지만, 숙련 인력 부족과 공정 표준 부재로 설비 간 편차가 크다고도 지적했다. 위벨러는 “정밀 자동화 없이는 규격 유지가 어렵다”며 2019년 이후 미국·유럽 시설에서 사양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배경으로 자동화를 들었다.
데이터 투명성 병목, 자동 추적 체계로 돌파
배터리·광물 공급망에서는 데이터 투명성 확보가 핵심 병목으로 지적됐다. 공급망 추적 플랫폼 서큘러(Circulor) 빌 지롤프 상업운영 이사는 EU 배터리 여권 규제로 원자재 출처와 내재 탄소 검증이 의무화됐지만, 상류 공급업체들의 정보 공유 거부가 가장 큰 장애라고 설명했다.
지롤프는 "현장 시스템과 연동된 자동 기록 체계로 수기 기반 회계를 감사 가능한 디지털 기록으로 전환해야 규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히타치 레일과 볼보 사례를 들며 자동화 추적성이 상류 배출 핫스팟 식별과 공급업체 개선 등 규제 준수를 넘어 운영 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린테크니카는 저탄소 경쟁이 특정 공정 기술의 성능 경쟁에서 자동화·데이터·제어 인프라 경쟁으로 구조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