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시장 조성자로 하나·SK·한국투자증권 선정... 합리적 탄소가격 찾나

2021-05-04     박지영 editor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행 시장조성자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외에 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SK증권 등 3곳의 증권사가 추가 선정됐다. 시장 조성자 모집에는 오랫동안 탄소배출권 전문성을 키워온 SK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외에 5곳의 증권사가 응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4월 들어 연일 하한가를 찍은 배출권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부터 시작된 배출권 거래제 3기에서는 시장 유동성을 해소할 방안 중 하나로 제3자 시장참여를 허용했다. 현재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는 할당업체 600여개사만 거래에 참여할 수 있어 매매 기회가 크지 않았고, 시장에 배출권이 모자라거나 남아도는 사태가 종종 발생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거나 생산량이 줄어든 사업체가 늘어나면서, 배출권 물량이 쏟아지자 가격 하한선을 설정해 배출권 가격을 방어하는 ‘시장 안정화 조치’도 발동된 바 있다. 4월 19일에 시작해 23일 조치가 끝났지만, 유동성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태였다.

이번에 선정된 증권사 3곳은 5월 17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호가 공백을 해소하고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배출권이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장 조성자를 통해 배출권 예비분을 시장에 푸는 등 보다 적극적인 시장 조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 조하연 사무관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2곳이 꾸준히 양방향 호가를 제시하고 있었지만,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시장이 확장되면서 추가 시장조성자가 필요했다”며 “이해관계가 같은 배출권 할당업체들 외에 시장 조성자가 참여하게 되면서 급격한 가격 변동은 어느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정 유력했던 SK증권·한국투자증권 선정

한 달에 한 번 환경부에 보고해야

배출권 거래시장 조성자는 계량·비계량 평가를 거쳐 총 7곳의 참여자 중 종합점수에서 고득점을 얻은 3곳을 선정했다.

계량 평가는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장내 금융상품(주식, 파생, 증권상품) 수행 실적을 평가하는 전문성 ▲배출권 시장 조성 인력 충원과 전담조직 구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는 적극성 ▲배출권 최대 운용가능 규모 설정을 평가하는 운용 가능 규모 세 가지 분야에서 5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됐다.

비계량 평가는 ▲배출권 관련 과거 실적과 배출권 시장 참여를 위한 준비 등을 보는 시장 이해도 ▲시장 조성 호가 제출 관련 시스템 구축현황 ▲내부통제체계 수립 및 불공정거래 예방 등 건전성 제고 계획 ▲배출권 시장 유동성 제고방안 및 수급불균형 완화 계획을 담은 시장 조성계획 ▲시장활성화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타 정책 협조 계획 5가지 항목 50점 만점으로 평가됐다.

특히 SK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꾸준히 배출권 거래제 시장에 관심을 가져왔다. SK증권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발급하는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는 등 시장 조성자를 넘어 탄소 배출권 사업 확대까지 도모해온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한국투자증권도 자기자본대비 IB 업무와의 시너지 확대 차원에서 이번 배출권 시장조성 업무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권 시장조성자로 참여하게 되면 증권사들은 장기적으로 사업 영역 확대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배출권 매매 자체를 증권사에 위탁을 주면 환경 관련 금융 프로젝트 상품을 딜소싱하는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또 "증권사들은 단기적으로는 가격 차익에 대한 이익을 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올해 12월 31일까지 시장 조성 업무를 수행하며, 매월 환경부에 시장 조성 실적을 보고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합리적 탄소 가격 찾을 수 있을까

국내 탄소 배출권 가격은 2015년 톤당 8000원대에서 시작해 현재 2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유럽의 배출권 가격은 톤당 5만원 선으로 거래되고 있다. 활발한 제3자 참여와 파생상품 거래 등으로 이뤄진 유럽의 배출권 시장과 달리, 국내 배출권 시장에는 배출권 할당업체만 참여해 탄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 장이재 기후경제과장은 “이번에 지정된 시장조성자들이 배출권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합리적인 탄소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탄소배출권 연구를 오랜 기간 해 온 나무 EnR 김태선 대표이사는 “절반 이상이 장외에서 기업 당사자끼리 이뤄지는데, 거래 가격이 공개되지 않고, 거래 여부도 1년 뒤에야 알 수 있어 배출권 가격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며 “외부 시장 조성자 참여를 계기로 배출권 거래제 시장을 더 많은 민간, 개인에게 개방해 적정한 탄소 가격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