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국내선 비행기 막고 야간열차 늘리는데, 국내선 무착륙비행 확대

2021-05-11     박지영 editor

탄소 감축을 얘기할 때 빼먹지 말고 고려해야 할 부문이 있다. 바로 수송 분야다. 2018년 기준 수송 분야 탄소 배출량은 석탄, LNG 등을 포함한 발전 부문(2억6960만톤)에 이어 9810만톤을 기록해 두 번째로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세계는 탈석탄을 통해 전력 계통 전환을 가장 중심에 두고, 전기차 등 수송 부문 탄소 감축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수송 분야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를 중심으로 운행되기에 석탄 다음으로 사용량을 감축해야 할 주요 대상이 됐다.

 

프랑스, 서울-부산 거리 국내선 항공 금지

프랑스 하원이 서울에서 부산 거리의 국내선 항공 운항을 금지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법안은 ‘기후 복원 법안’으로, 찬성 332표, 반대 77표, 기권 145표로 하원에서 통과됐다.

이번 법안이 다음달 상원에서 통과되면 항공업계를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광범위한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편 운항이 대폭 줄어들면 국내선 운항 위주로 운영되는 파리 오를리 공항, 낭트, 리옹, 보르도 지역의 공항 존폐 여부도 논의될 수 있다.

법안에는 기차로 2시간 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라면 국내선 항공 운항 금지, 에너지 효율 등급 낮은 집 임대 금지, 의류·가구·전자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온 탄소배출량 표기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환경 학살’이라는 죄목도 만들어 자연환경을 고의로 오염시킨 사람을 기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다만 상원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환경 관련 법안에 보수적인 공화당이 상원의석 348석 중 절반에 가까운 146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기후 정상회의가 열리는 등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어 법안 통과의 당위성은 커지고 있다. 상원 통과에 실패하면 하원에서 세부 사항을 수정한 법안을 다시 표결에 부칠 가능성도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5년 전에 진작 만들어졌어야 할 법안”이라며 더욱 강력한 환경 보호 법안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번 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으나, 이는 유럽연합(EU)의 감축 목표인 55%보다 낮은 수치다.

반면 사업 운영 방식 재개편 등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 사업자들은 반대하고 있다. AFP통신은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불황 속에서 산업을 보호하면서도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유럽 정부, 야간 열차 서비스 확대... 항공사 반발

수송 부문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는 비행 부문의 탄소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다. 비행기가 필수 운송 수단이 되면서 비행기의 탄소 배출량은 운송 부문의 4분의 1이나 차지하고 있다.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은 비행기 대신 유럽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야간 열차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침체와 더불어 탄소 배출의 압박으로 이중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장관들은 화요일 증가하는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파리, 베를린, 빈, 밀라노를 포함한 도시들 간 철도 교통을 증가시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말 ‘Trans-European Express 2.0 이니셔티브’를 통해 비행기 대신 열차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청정에너지 연구단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비행 부문은 탄소 집약적인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양책의 15%에 해당하는 정부 자금을 지원받았다. 수십억유로가 항공사를 구제하는데 쓰인 것이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만이 2030년까지 탄소 50% 감축, 2024년까지 자국 내 탄소 배출량 50% 감축 조건을 달고 자금을 지원했다.

 

한국, 무착륙 국제선 관광객 1만명 넘어

한편 국내에선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 산업이 무착륙 관광이라는 새로운 비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무착륙 관광 비행이란 목적지에 내리지 않고 하늘을 떠돌다 돌아오는 비행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인천공항에서 시작한 무착륙 관광비행을 4월부터 김포와 김해, 대구 등 지방공항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항별 하루 운항 편수는 3편 수준이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공항을 출발해 부산, 후쿠오카, 제주를 지나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상품을 선보였다. 제주항공도 인천·김포공항을 출발해 부산, 대마도 상공을 지난 뒤 다시 부산을 거쳐 인천·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 상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기후·환경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비행기를 해외여행 수요가 없을 때마저 띄우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단거리 항공편을 축소하는 세계적 흐름과도 비교된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운항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연간 탄소 배출량의 2% 정도다. 혁신적 도시 이동 계획’(TUMI) 자료에 따르면 88인승 비행기는 승객 1인당 1㎞를 이동할 때 285g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분석된다. 자동차는 1.5명이 탔을 경우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158g을 배출하고, 156명이 탄 기차는 14g을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공기는 높은 고도를 비행할 때보다 이륙할 때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항공기에 싣는 짐이 많아질 수록 탄소 배출량은 늘어난다. 넓고 편안한 비즈니스석 또는 일등석을 이용할 경우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여러 승객이 다닥다닥 앉은 이코노미석에 앉아갈 때보다 3~4배 많아진다. 대체 교통수단이 애매하거나 아예 없는 장거리 비행보다 기차 등 대체수단이 있는 단거리 비행, 기착지에 내리지 않고 상공을 한바퀴 돌고 오는 무착륙 비행의 탄소 배출을 주로 문제삼는 이유다.

다만 항공사들은 경영난 속 해외여행길이 막힌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대부분 항공사 매출은 국내가 아닌 국제선에서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입장에선 항공기가 땅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하늘에 있는게 무조건 이득"이라면서 "운항을 하지 않아도 고정비가 나가기 때문에, 큰 수익을 보지 못하더라도 일단은 국제선 관광비행 운행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8000여명의 승객이 이를 이용했고, 이런 수요가 관련 업계 매출 증대와 고용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