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자산 위험 가중치 1250%로 높여야"
화석연료 투자가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것이 명확해지면서, EU의 한 비영리단체가 EU 집행위원회에게 “좌초자산의 위험성을 대비해 은행 자본 비율을 높여달라”고 제안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금융규제 전문기관인 유럽의 비정부기구 파이낸스 워치(Finance Watch)는 편지에서 "EU가 더 오래 기다릴수록 기후위기로 인한 금융위기에 직면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새로운 광산이나 정유소 자금 조달에 따른 환경 피해를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환경 피해와 관련된 은행 및 보험 자본 규칙을 강화해라”며 은행과 보험사에 대한 자본 규정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화석연료 자산 가치 급락 위험에 대비해 은행이 최대 3배 자본을 보유해야 한다며, 일종의 기후 금융의 ‘둠 루프(doom loop)’를 끊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둠 루프란 새로운 시도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또 화석연료와 연루된 정유·가스회사들에 최대 150%까지, 신규 화석연료 투자는 1250%까지 위험 가중치를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은행 규정에는 화석연료 투자에 특별한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화석연료든, 다른 유형의 기업 자금 조달이든 동일한 위험 가중치가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은 자산별 위험치를 기준으로 리스크에 직면했을 때 얼마나 많은 자기 자본을 보유해야 하는지 계산한다. 동일한 가중치로 은행 자본 위험을 계산했을 경우, 은행은 실제 당면할 기후위험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할 수 있다.
파이낸스 와치는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화석연료의 가치가 급락할 위험이 은행 자본 규칙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를 바로 잡을 것을 권고했다.
EU는 은행과 보험사에 대한 새로운 자본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스 워치의 제안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미지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은행과 보험사의 자본이 훼손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토하고 있는만큼 이번 제안이 미칠 영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파이낸스 워치는 지난해 6월 기후금융의 둠 루프를 깨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들이 제시한 둠 루프는 화석연료 산업과 기후변화, 좌초자산, 은행이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재무적 리스크를 만들어내는지 파악한 일종의 연결고리다. 은행이 화석연료 대출, 투자 등에 대한 위험성을 낮게 인식해 계속 자금을 대면, 화석연료 산업은 점점 처져서 좌초자산과 기후위기를 초래해 결국 은행의 재무적 손실로 돌아온다는 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