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SG 정보 공개를 놓고 한국이 고민해야 할 질문

2021-05-12     박지영 editor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기후위기를 국가적 의제로 삼으면서, 미국에서도 ESG 정보 공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앞선 3월, 정보 공개 규정을 만들기 위해 3개월간 이해관계자의 여론을 수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9일, 이 같은 SEC의 움직임은 첫 발을 내딛였다. SEC 게리 겐슬러 신임 의장이 올 하반기에 기후 위험 정보 공개 규정에 대한 제안을 상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만, 재무 정보를 담고 있는 사업 보고서 등과 다르게 아직 비정형화된 정보를 어떻게, 어디까지, 강제로 공개할지에 대해 미국 또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K-ESG, 환경정보 공개 의무화, ESG 정보 공개 의무화 등 한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도 미국이 처한 혼란과 일견 비슷하다. 미국에서 주로 나오고 있는 핵심 질문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본다.

 

Q1. ESG 정보공개는 글로벌 아젠다 점령 싸움이다.

ESG 공개 기준에 대한 주도권은 이미 EU가 잡고 있는 상황이다. EU는 이미 비재무정보 공개라는 EU 내 단일한 ESG 정보 공개 기준을 만들어, 타 글로벌 프레임워크 기관과도 표준이 되기 위해 암투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 중국 또한 EU의 규정을 따르기 위해 인권 제재 등 분쟁 상황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EU의 택소노미와 완벽히 일치하는 규정을 만들기 위해 EU 택소노미 개정안이 발표된 다음날 바로 자국의 택소노미 최신 버전을 공개하기 도 했다. EU와 중국, 양국은 자신들의 기준을 세계로 확산하기 위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만큼 큰 국가여도 정보 공개 기준 마련에 뛰어들지 못하는, 일종의 장벽을 쌓아놨다.

이와 관련, 미국 내에서도 기후위험과 ESG 정보 공개를 위한 기준 개발에 미국이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SEC의 기업 재무 담당 이사는 “규제기관이 글로벌 프레임워크 표준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Q2. 표준의 단일화가 마냥 반길 일인가?

ESG 문제는 전 세계적인 해법을 필요로하는 글로벌 문제다. 다만,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복잡하고, 여러 가지 고려사항을 남긴다. 효과적인 ESG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선 아래의 중요하고 어려운 질문을 해결해야 한다.

▲어떤 공시가 가장 유용한가?

▲원칙과 측정 기준 사이의 올바른 균형은 무엇인가?

▲산업 전반에 걸쳐 얼마나 많은 표준화를 달성할 수 있는가?

▲표준은 어떻게 그리고 언제 진화해야 하는가?

▲공시에 대해 검증하거나 보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공시는 어느 기관에서, 그리고 어떻게 세계적으로 비교가능한 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공시를 기업이 의사결정을 위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정보와 일치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물론, 표준의 단일화는 기업이 일관된 기준에만 대응하면 되니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다만, 오히려 정보 공개 원칙이 다양할 경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어넣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기후 대응을 접근하는 방식에서 다양한 통찰력을 제공해줄 수 있다. SASB의 경우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방법을 제공하지만, TCFD는 기후위기로 인한 예측까지 해야 한다는 통찰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일관된 기준이 포괄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된다. 산업별로, 동종 산업 내에서도 기업별로 당면한 중요한 문제는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잘 다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은 중요성(materiality)이다. 지금까지 기업에서 중요성은 재무 지표들이었지만, 그 축은 ESG로 옮겨왔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도 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ESG 중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항목이 우선순위에 놓여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기후위기와 기업 지속가능성의 연관성을 인식하고 있다.)

 

Q3. ESG 정보 공개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

EU의 ESG 정보공개 목적과 미굮의 ESG 정보 공개 목적도 다르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캐롤리나 산 마틴 이사는 “유럽의 택소노미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의 배분을 유도하는 의도다. 반면, SEC은 자본 배분까지 염두에 놓고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고 있진 않다. 그저 투자자에게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들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정보를 공개하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Q4. 혼란의 시기에도 돈은 새어나가고 있다

ESG 공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시간에도 비용은 계속 나가고 있다. ESG 공시의 요구사항이 없을 때에도 비용이 발생한다는 걸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자의 경우 ESG 데이터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일관되고 비교가능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ESG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는 보류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몰비용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SG 정보 공개 기준에 합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은 기업대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혼란스러운 시기라 평가해 기업이 ESG 정보를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을 경우 이 비용은 훨씬 더 커진다.

 

Q5. ESG 정보 공개, 자발적 vs 의무적? CoE 방식은 불충분하다?

ESG 정보 공개에 대해 논할 때 "자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또는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와 같은 흑백논리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명확한 규제가 없어도 기업들은 점점 더 자발적으로 ESG 보고서를 많이 제작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기업이 2017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으며, 스스로 TCFD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SEC의 기업 재정국 존 코트 국장은 “기존에 기업이 공개하고 있던 자료 중에서도 ESG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코트 국장은 “CoE(Comply or Explain) 방식은 오히려 기업이 다양한 ESG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요구사항이라도 기업마다 가지고 있는 정보와 충족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CoE 방식은 정보 공개 수준이 다른 기업들을 포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규제당국은 불필요한 비용 지출과 자사와 크게 관련되지 않은 ESG 요소를 관리하는데 사용되는 비효율성으로부터 기업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한편, 기업 또한 ESG 정보를 공개하면서 자사의 정보 공개 수준이 요구사항에 적합한지, 모자란지 등을 꾸준히 평가해야 한다. ESG 정보 공시는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노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