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플라스틱에서 무(無)플라스틱으로...100% 플라스틱 없는 고체치약, 바이트(Bite)
미국 여론조사기관 시빅사이언스(CivicScience)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2260명 중 57%가 제품 구매를 결정할 때 ‘지속가능성’을 중요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비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소비재도 최근 친환경 포장재로 탈바꿈 되고 있다.
종이상자 등 단순히 플라스틱 대체품 이용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조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없애는 것이다.
미국 고체 치약 브랜드 ‘바이트(Bite)’는 치약을 고체화 하여 플라스틱 튜브가 아닌 유리병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알약처럼 타블릿(tablet)으로 생산되며 병에 든 치약을 다 사용하면 리필용 치약을 구입해 다시 병에 채워 넣을 수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 용기와 알루미늄 뚜껑이 함께 제공되며, 리필용 포장지 역시 퇴비가 가능한 100% 생분해성 셀룰로오스로 제작된다.
창업자 린드세이 맥콜믹(Lindsay McCormick)은 오래 전부터 지구와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프리 제품을 사용해왔다. 자신의 세면도구 중 치약은 플라스틱 대체품을 찾을 수가 없어 친환경 치약을 스스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맥콜믹 CEO는 “매년 10억 개의 플라스틱 치약 튜브가 버려지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서 제일 높은 빌딩 중 하나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50개 쌓아놓은 것과 같다”며 “바이트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패키지와 리필 가능한 구독 서비스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구매 솔루션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포장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는 치약의 대체품을 찾다가 시중에 판매되는 치약의 성분이 대부분 몸에 유해한 화학물질과 색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치약에 유해 물질을 모두 배제하고 차콜, 민트, 라벤다 등 천연 성분을 담았으며, 습기가 자주 차는 곳에서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도록 타블릿 형태로 고체 치약을 제조했다.
유리병에 담긴 바이트 치약은 약 30달러(4만 3500원)로 약 62개의 타블릿이 들어 있다.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면 4달에 한번 제품이 자동으로 배송된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바이트의 기업 미션에 따라 치약과 유리병으로 된 치약 통은 계속 리필이 가능하며, 함께 동봉되는 소포봉투, 박스 등 모두 바이오 성분으로 분해가 가능하다.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당일 배송 혹은 1-2일 이내에 제품이 도착하는 배송보다는 일반 배송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배송 시 비닐 랩, 플라스틱 테이프 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배송이 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유리병으로 제작되었다.
바이트 제품은 치약뿐 아니라 구강 세척제, 실로 제작된 치실, 100% 식물성 칫솔 및 화이트닝 젤 등 다양한 세면도구로 확대되었다. 치약은 이용 방법도 간편해 최근 아동과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가 급상승했으며, 바이트의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200% 이상 성장했다.
맥코믹 CEO는 “우리의 일상 습관에서 친환경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객들의 작은 변화가 모여 산업 전체를 보다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 패키징에서 패키징 프리로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 또한 제품 포장재 교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2019년에 출시한 다사니(Dasani) 생수를 알루미늄 캔에 담아 판매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2월부터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콜라 병을 출시했다. 월마트는 2025년까지 100% 재활용, 재사용, 산업 퇴비 포장을 달성할 예정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재활용 용기를 만들겠다는 법안도 전 세계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2020년 초에 도입된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벗어나기(the Break Free from Plastic Pollution Act)'라는 미국 법안의 내용은 플라스틱 식기 등 일부 일회용 제품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2040년까지 플라스틱 음료 용기의 80%를 재사용·재활용·퇴비성 재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100% 재활용, 2040년까지 1회용 플라스틱 포장 종료 등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블룸버그의 뉴에너지 파이낸스(NEF)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미국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은 2020년 말 10%에서 2050년까지 40% 이상 증가할 것이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의 플라스틱 분석가인 탕 다민(thang damin)은 “플라스틱 오염은 소비자들이 노력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며 “환경 문제는 소비자, 개인, 기업 등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화장품 제조기업 러쉬(Lush) 지속가능성 책임자 카트리나 셤(Katrina Shum)은 “지속가능한 제품이나 친환경적 기능을 갖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제품도 이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