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LNG 포함한 EU 택소노미... 이에 발맞춘 중국과 발맞출 한국?

2021-05-13     박지영 editor

EU 녹색 분류체계(Taxonomy)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1일, EU는 논란의 원자력과 가스 등 몇몇 산업을 제외한 택소노미 1차 이행 규칙을 공개했다. 규칙이 공개되자마자 중국은 몇 달 동안 미뤄오던 녹색채무 승인 프로젝트 카탈로그 개정을 마무리했다.

EU는 지난달 21일 지속가능한 금융 분류법에 따른 택소노미 1차 이행 규칙을 공개했다. EU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운송, 임업, 제조, 건물, 보험 등 13개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산업이 무엇인지 분류한 것이다. 특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LNG와 원자력, 바이오 매스 등을 택소노미에 포함하기 위해 핵심 임계값을 높였다.

지난 3월, 택소노미 초안이 유출된 후 EU는 내부에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LNG와 원자력이 녹색산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LNG를 둘러싸고서는 동유럽과 남유럽이, 원자력을 둘러싸고는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등 7개국과 나머지 국가가 대립하는 상황이었다. 몇몇 EU 회원국들은 LNG를 과도기 연료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초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출처: 픽사베이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LNG와 원자력을 녹색으로 분류할지에 대한 결정을 미뤘다. 한 달 후인 6월 전환 활동을 다루는 2차 시행 규칙을 발표하면서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EU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부집행위원장은 “탈석탄이라는 목표를 두고 LNG의 역할을 보장하기 위해 별도의 규제도 고려할 수 있다”며 원자력과 관련해서도 “EU의 전문가들이 핵폐기물 처리의 안전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평가가 나오면 원자력이 6월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임업과 바이오 에너지도 6월에 함께 개정한다. 처음 과도기적 에너지라고 표시됐던 바이오 에너지는 현재 완전히 녹색 산업으로 분류됐다. 환경운동가들은 전기 생산을 위해 목재를 태울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거짓 해결책”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북유럽은 특히 재생에너지의 대다수를 바이오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분류안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6월 개정에서는 바이오 에너지를 포함하되 벌채량을 제한해 양쪽의 입장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갈 예정이다.

6월에 택소노미 2차 이행규칙이 발표되면,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4분기 별도의 입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EU 집행부는 “회원국들이 각 국의 사정에 따라 에너지 믹스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한다”며 “투명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입법 시기를 미룬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EU가 화석연료는 녹색이 아니라는 점을 빨리 밝혀야 한다”며 “그린딜의 신뢰성은 여기 달려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은 21일 EU 택소노미 1차 규칙이 발표된 당일 자국의 녹색채무 승인 프로젝트 카탈로그(Green Bond Endorsed Project Catalogue) 개정을 마무리했다. 마지막까지 논란이었던 화석연료를 카탈로그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번 개정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한 석탄과 석유·가스 채굴 사업은 더 이상 녹색채권을 발행할 수 없게 됐다. 깨끗한 석탄 사용, 석탄화력, 석탄광업 등 석탄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녹색채권 발행 사업에서 제외하기까지는 5년이 걸렸지만, 이번 개정은 1년 만에 결정됐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EU와 함께 녹색산업의 주도권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은행 이강 총재는 보아보포럼에서 “중국 중앙은행과 EU가 올해 말 공동 택소노미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K-택소노미, 6월 최종안 발표 목전

EU 택소노미 발표 맞춰 최종안 늦춰질까

EU 택소노미를 참고해 만들어지고 있는 K-택소노미 또한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환경부는 6월 말 최종안 발표를 목표로 최근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하고 산업 기획 간담회 일정을 구체화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발표된 녹색 채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EU에서 논란이 된 산업도 녹색으로 분류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에 바이오 에너지 및 바이오 매스, 바이오 가스 등이 포함됐으며, 고효율 가스 연소를 통한 전력 생산으로 LNG도 녹색산업에 포함 시켰다. 또 EU에선 논란이 되고 있는 임업 또한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EU 택소노미에 포함된 원자력은 포함되지 않았다. EU가 2차 규정을 6월 발표하면서, K-택소노미 발표 또한 미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