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빌게이츠, 송영길 대표가 언급한 '소형원전(SMR)', 영국 롤스로이스 2035년까지 10기 건설

2021-05-18     박란희 chief editor
영국 롤스로이스가 17일 오픈한 소형모듈원전 모습./롤스로이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낸 소형모듈원전인 ‘SMR(Small Modular Reactor)’에 대한 글로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영국 롤스로이스가 이끄는 ‘SMR 컨소시엄’은 17일(현지시각) 1단계 설계를 마치고 “2030년 SMR 1기를 최초로 완공하고 2035년까지 최대 10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FT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3억 파운드(4800억원)의 추가적인 민간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소형모듈원전 규모는 470MW 규모로, 100만명에게 저탄소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정부의 지원은 적극적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해 ‘녹색 산업혁명’을 위한 10대 계획의 일환으로 SMR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디자인 설계를 위해 1800만 파운드(280억원)를 투자했고, 2억1500만파운드(3500억원)가 SMR 설치를 위해 지원된다. 지난주 영국 정부는 이 새로운 원자력 기술에 대한 설계 평가를 하기 위해 원자력 정책을 업데이트했다. 롤스로이스측은 “정부의 엄격한 원자력 규제 평가를 통과해 영국 최초의 소형모듈원전을 짓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2035년까지 10기 원자로 가동이 목표다. 롤스로이스는 최소 16개의 SMR이 영국의 기존 원자력부지 혹은 이전 탄광부지 등에 건설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2050년까지 영국 지역에서만 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덧붙였다.

톰 샘슨 CEO는 “원자력은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 회복, 에너지 안보 강화의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가격이 적당하고, 신뢰할 수 있고, 투자가 가능해야 하며, 발전소 건설 단가가 MW/h당 약 50파운드의 해상풍력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비용이 낮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는 최초 5기의 소형모듈원전 설치비용은 22억파운드(3조5000억원)에 달하고, 후속 기종은 18억파운드(2조8000억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롤스로이스측은 “원전은 최소 60년 동안 작동하고, 사용후연료는 발전소 수명기간 동안 각 부지에 저장된다”며 “에스토니아, 터키, 체크 등에 2500억 파운드(400조원)의 추가 수출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롤스로이스가 17일 공개한 소형모듈원전 내부모습/롤스로이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비용이 저렴한 것은 장점이다. 현재 영국 서머셋 힝클리포인트C에서 건설중인 3.2GW규모의 대형원전은 230억파운드(36조9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안전성 면에서 환경단체들은 “이 기술은 입증되지 않았으며, 핵폐기물 중 독성이 강한 것은 썩는데 최소 10만년이 걸린다”며 반대한다.

기후변화 싱크탱크 E3G의 톰 버크 회장은 FT에 “검증되지 않은 원자로 타입 16기를 어떻게 자본 조달할 것이며, 이 16개의 자본조달을 할 수 없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해) 공장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민간자본이 충분히 확보될 지가 관건인 셈이다. 

 

미국 뉴스케일, 세계 최초 심사 통과하고 투자자 모집중 

사실, 탄소중립 시대 원자력 이슈는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논란거리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강력한 발전원이지만, 안전성 문제로 환경NGO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격렬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7월 발표 예정인 ‘EU Taxonomy(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되느냐 마느냐로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져 일부 위원이 사퇴하는 등 소동도 벌어졌다. 특히 재생에너지 강국인 독일과 원자력 강국인 프랑스의 국가적 이해관계까지 맞물려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원전에 대해서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SMR에 대해서는 이 같은 갈등 이슈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SMR은 전기출력 300MWe급의 소형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것으로, 공장 제작과 현장 조립이 가능하다. 전력망과 무관한 분산형 전원,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고 기존 대형원전 대비 안전성이 강화돼 ‘스마트 원전’이라 불린다. 빌게이츠가 투자한 테라파워에서 추진하는 것도 이 SMR이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스케일 원전은 세계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 심사(안전성 검사)를 완료하고 건설을 위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올 하반기 영국에서 롤스로이스가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면, 미-영 양국의 SMR 건설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선박용으로 개발된 60MWe 원자로를 시베리아 지역에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향후 기술개발과 경제성, 안전성 문제 등이 해결되면, 탄소중립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정부, 산학연이 ‘혁신형 SMR 국회포럼’을 출범했으며, 지난해 12월 열린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 개발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한수원과 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개발중인 혁신형 SMR은 2028년 인허가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미국 SMR 사업자인 뉴스케일파워와 손잡고 수출 가능한 SMR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