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ESG 리스크, 직접 경고와 배제 나선 글로벌 투자자들
SK, 인권침해 의혹으로 스웨덴 정부 펀드 제7공적연금기금의 투자 블랙리스트에 올라 한국전력,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로 블랙록으로부터 경고장 받아
최태원 SK 회장의 경영 철학인 '사회적 가치 창출'에 전사적으로 힘을 쏟고 있는 SK가 최근 스웨덴 정부계 펀드인 제7공적연금기금(AP7) 투자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가 추진 중인 페루 가스 프로젝트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의혹으로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스웨덴 정부계 AP7는 프리미엄 연금으로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nal Compact)의 인권, 노동, 환경 및 반부패 관련 10대 원칙을 준수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걸로 유명하다. 또한, AP7는 2015년 파리협정에 기반한 기후 변화를 투자 심사에 반영시킴으로써, 투자 과정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보다 더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00년에 착수해 2004년부터 가스 생산을 시작한 페루 카미시아 가스전 사업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의혹에 따라 AP7는 투자 대상 목록에서 SK지주(SK holdings)를 제외시켰다. 유럽 연금전문 미디어인 ‘유러피안 펜션(European Pensions)’은 SK이노베이션이 페루 아마존 광구에서 가스를 추출해 운송하는 과정에서 주거지 침범과 감염병 노출 등의 이유로 접촉이 금지된 원시부족과 접촉함으로써 원시부족 생태계에 위협을 끼쳤다는 현지 NGO 단체의 고발에 따라 AP7가 이를 받아들여 투자 제외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원시부족과 접촉한 사실도 없을 뿐 아니라, 가스 운송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문제 해결을 위해 NGO 단체에 구체적 정황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상태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며, 문제가 된 광구에 실제 운영권을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현재 지분 매각 작업 진행 중이라 이 문제가 곧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ESG를 강조하는 AP7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끝내 SK를 투자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이로써 AP7 투자 대상 제외기업은 총 74개 되었으며, 터키 근로자 권리 침해 및 노동탄압 의혹으로 2019년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포스코와 포스코 인터내셔널 다음으로 SK가 한국의 3번째 투자 제외 기업이 되었다.
블랙록의 석탄 사업 중단 요구에도 강행 중인 한국전력
한국전력에 대한 블랙록 투자 축소 전망
한편, 월스트리트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석탄사업 투자를 추진 중인 한국전력에 경고장을 보내 금융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며 석탄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전력을 향해 블랙록은 “석탄 투자는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것이고 기후리스크는 곧 투자리스크”라며 투자를 중단하거나 석탄에너지 투자에 대한 전략적 근거를 분명하게 제시하라고 지난 4월 경고장을 보냈다. 또한, 블랙록은 지난 1분기 800개 이상의 투자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평가한 후 한국전력을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기업’으로 선정해 공개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블랙록이 보낸 경고장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치 못한채, 당사가 추진하는 석탄산업이 국제 환경 기준과 사회공헌, 환경보호 활동 투자로 현지 수용성을 높이는 데 부합한다는 답만 보낸 상태다.
게다가, 지난 30일 한국전력은 환경 오염과 수익성 우려로 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결정이 보류되어 왔던 인도네시아 등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을 강행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업계는 블랙록의 한국전력 투자가 앞으로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작년 8월 글로벌 에너지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는 “블랙록이 화석 연료에 치중한 21개 에너지 기업에 투자해 가치파괴와 기회비용 측면에서 투자자에게 지난 10년간 약 9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혔다”고 지적하며 21개 기업을 지적했는데, 이중 한국기업으로 한국전력과 두산중공업이 포함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ESG 리스크가 투자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에 따라 국내외 투자자들이 기업의 ESG 리스크 관리를 더욱 요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