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전세계 실향민 700만명, 보건비용 900억원으로 나타나
기후변화에 따른 잠재 피해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천연자원방위위원회(NRDC)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로 인한 미국의 보건 비용이 매년 8200억 달러(920조 8600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비용에는 조기 사망, 입원, 부상, 정신 건강 질환, 임금 손실, 근무 일수 손실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인 한 명당 약 2500달러(280만 7500원)의 건강 비용, 즉 기후변화에 대한 ‘무반응 비용(The Costs of Inaction)’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NRDC는 수십 개의 과학 연구 논문을 종합해 화석연료 소비로 인한 미국의 국가 경제 비용을 추정하고,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날씨, 폭염, 대기오염 등 총 사망자 수도 집계해 발표했다. NRDC에 따르면, 기후변화 피해를 비용으로 계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RDC의 공동저자이자 기후보건과학자인 비제이 리마예(Vijay Limaye) 박사는 “기후변화 위험으로 인해 매년 엄청난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며 “심지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으며,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은 더욱 낮아져 국가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국민 의료 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id)가 건강 비용을 가장 많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의 의료 보험 비용은 증가할 것이며,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백만 명의 취약계층은 증가하는 추가 의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NRDC 보고서는 건강 문제 외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주요 잠재 위험과 부담 비용을 공개했다. 대기오염, 스모그, 지구온난화 등 관련 의료비는 연간 약 8390억 달러(942조 1970억 원)를 차지한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진드기, 모기 개체 수 증가 및 바이러스로 매년 수십만 명이 조기 사망하며, 이와 관련한 연간 총 보건 비용은 8억 6천만 달러(9657억 8000만 원)에서 최대 27억 달러(3조 321억 원)로 추정된다.
가장 심각한 부문은 산불, 허리케인 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동안 산불 매연 노출로 인해 6200명이 호흡기 문제로 병원을 방문했으며, 1700명이 사망했다. 허리케인 대응 비용으로 연간 195억 달러(21조 8985억 원) 이상의 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2012년 미국 뉴욕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의 피해액 70조원 가운데 13%인 9조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2020년에는 약 22건의 기상 및 기후 관련 재난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총 1000억 달러(112조65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지 메이슨 대학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센터의 선임고문인 에드워드 마이바흐(Edward Maibach)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청정 에너지 경제로의 전환은 국가의 막대한 자금을 절약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밀했다.
기후변화ㆍ재난으로 인한 이재민, 난민, 실향민 급증
전 세계 난민∙빈곤층은 기후영향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 기구는 지난해 홍수, 폭풍, 산불로 인해 30만 개 이상의 대피소를 추가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발생했던 분쟁 사태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재민 수는 2019년 대비 500만 명 이상 증가해 자국 내 추방 혹은 강제 퇴거된 사람들의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난민위원회 내부 변위감시센터(IDMC)가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자국 내 실향민은 5500만 명이 발생했다. 이 중 약 4800만 명은 갈등과 폭력으로, 700만 명은 재난으로 인해 실향민이 되었다. 15세 이하는 2천만 명, 65세 이상은 260만 명이었다.
IDMC의 알렉산드라 빌락(Alexandra Bilak) 국장은 "코로나로 인해 긴급 대피소를 찾는 사람은 지난해 대비 감소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사람들의 이동 변수는 급격히 증가했다”며 “기후와 환경 변화, 장기간 갈등, 정치적 불안 등 많은 상호 연관된 요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실향민, 이주민, 난민 등의 이동 변수가 증가하고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만 전 세계 사람들의 이동 횟수가 4000만 건을 넘어섰으며, 이 중 3000만 건은 홍수, 폭풍, 산불이 이동 변수였다.
IDMC의 보고서는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의 이동 변수는 전체의 30.3%를 차지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국가별 실향민 수는 아프가니스탄(110만 명), 인도(92만 9천 명), 파키스탄 (80만 6천 명) 순으로 많았다.
얀 에글랜드(Jan Egeland) 노르웨이 난민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전 세계 사람들이 자국 내에서 자신의 집을 탈출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분쟁과 재난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