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1위 향한 독일 80억유로 투자... 티센크루프, 바스프 등 62개 프로젝트 지원
독일이 “수소 기술 세계 1위가 되겠다”며 62개 수소프로젝트를 선정해 80억 유로(1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28일(현지시각) 밝혔다. 독일 연방 경제부와 교통부는 전체 230개 대형프로젝트 중 수소 시장 가치사슬의 핵심인 전해질, 파이프라인 인프라 등 62개 프로젝트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연방 경제부는 80억 유로 중 44억 유로를 지원한다. 선정한 사업은 50개인데, 북해의 해상풍력발전을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2GW 규모의 수전해 프로젝트가 포함되는데, 이는 2030년까지 5GW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독일 수소전략 목표의 40%에 해당되는 규모다.
이와 함께 1700km에 이르는 수소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사업 등도 포함된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규모로 참여할 기업은 독일의 철강기업 및 화학기업이다. 아르셀로미탈, SHS, 잘츠기터(Salzgitter), 티센크루프 등 독일의 주요 철강제조회사들이 수소 관련 탈탄소화 프로젝트에 자금 지원을 받게 될 예정이며, 그 규모는 20억 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한스 위르겐 게르호프 독일 철강협회 회장은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기업들은 기후 목표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정치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1톤의 탄소중립 수소를 생산하면, 제강 분야에서 26톤의 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철강 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핵심 역할을 한다”고 유로액티브에 밝혔다.
이번 지원혜택을 받을 예정인 철강업체 티센크루프는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30% 감축을 목표로 2025년까지 친환경 직접환원철(DRI)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직접환원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한 철원으로, 생산에 석탄 대신 천연가스가 사용돼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 2025년부터 연 40만톤의 친환경 철강을 생산하게 된다.
한편 세계 최대 화학업체 바스프는 무탄소 수소 제조사업과 지속가능한 항공연료를 위한 암모니아나 합성연료 생산 등의 사업비가 지원될 예정이라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80억 유로 중 독일 연방 교통부는 최대 14억 유로를 지원키로 했는데, 자동차에서 트럭, 개인차량에 이르는 연료전지 시스템 및 차량 개발 등 모빌리티 분야 12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최대 22개 유럽 파트너국가와 함께 일명 ‘IPCEI 프로젝트(유럽공동이익을 위한 중요프로젝트)’의 하나다. 다양한 국책사업을 통해 모든 국가가 서로 이익을 보고, 유럽의 수소경제가 함께 구축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로 연결된 프로젝트다. 때문에 EU의 엄격한 국가별 지원 규정을 지키지 않고도 정부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2020 재생에너지 목표치 달성 실패한 '원자력 강국' 프랑스의 고민
한편,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녹색수소로 가는 독일과 달리 원자력 강국으로 EU 재생에너지 목표량 달성에 실패한 프랑스는 난감한 상태다. 당장 독일에서는 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철강 탈탄소화 프로젝트에 대해, 원자력으로 생산되는 수소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라며 독일의 환경 NGO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독일 ‘지구의 친구들’은 “독일 정부는 프랑스 원전으로부터 생산되는 수소 프로젝트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프랑스 의회 사무국에서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저탄소 수소를 전 세계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400개의 1GW 원자로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를 전기분해로 만들기 위해서는 프랑스가 전기 생산에만 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조만간 2030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20년 목표 달성을 놓친 프랑스가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내다보고 있다.
2020년 프랑스에서 원자력은 전기 생산의 78%를 차지한다. 프랑스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19.1%로, 2009년 EU 수준으로 설정된 국가목표치인 23%에 크게 미달했다.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원자력이야말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에너지”라며 EU와 줄다리기를 계속 해왔다. 온실가스 배출량 억제와 함께 그린수소 생산을 함께 이뤄내야 하는 프랑스로서는 만만치 않은 목표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