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읽기】대한상의 ESG 인식 조사에서 드러난 '생물 다양성'...CJ제일제당과 스타벅스 비교해보니

2021-06-02     박지영 editor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대국민 ESG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국민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이 ‘ESG가 제품구매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ESG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70.3%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친환경·사회공헌·근로자 우대 등 ESG 우수기업 제품의 경우 경쟁사 동일제품 대비 추가 가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88.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ESG에 대한 인식은 낮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만 이번 설문조사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다음 질문이다.

ESG 분야 중 기업이 가장 대응을 못하고 있는 분야로는 지배구조(41.3%), 환경(35%), 사회(23.7%)였다. 꾸준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지목되고 있는 지배구조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시민들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시민도 35%나 됐다.

환경분야에서 중요한 이슈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플라스틱 과다사용에 따른 생태계 오염(36.7%) ▲기후변화 가속화(21%) ▲환경호르몬(19.7%) ▲미세먼지(15%)라고 답변했다. 작년 유례없는 장기간의 장마와 5월부터 시작된 장마로 인해 시민들도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서 인상 깊은 항목은 생태계 오염에 대해 걱정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일회용컵, 배달음식 등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사용 증가가 해양 동식물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플라스틱 바다' 등과 같은 다큐멘터리에도 잘 나와 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엔 없고 

스타벅스엔 있는 것

이미 글로벌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손상되는 문제는 주요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기후위기와 더불어 생물다양성 문제는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블랙록 또한 올해 연례서한에서 “앞으로 자연자본을 중요하게 보겠다”고 밝혔고, 지금껏 기업의 탄소 감축을 촉구하기 위해 움직여온 CA(Climate Action) 100+는 올해 말까지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네이처(Nature) 100+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기업의 탄소공개를 요구하던 CDP는 앞으로 탄소배출량과 더불어 삼림 벌채, 수질 보장 등 자연자본에 관한 정보 공개를 요청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우리 기업의 인식은 어떨까. 대표적인 식품제조업 기업인 CJ제일제당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참고해 국내 기업의 인식이 어떤지 살펴보자. '플라스틱 과다사용에 따른 생태계 오염' 문제는 SASB의 중대성 요소 중 온실가스 배출, 폐기물 관리, 생태학적 영향과 관련 있다. 

CJ제일제당의 2019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중대한 이슈로 환경 영역 중 친환경 패키징 생태계 조성을 꼽았다. 다만, 이와 관련된 기후변화 대응은 16가지 중대성 이슈 중 7위, 생물다양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CEO 또한 플라스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을 인식하고 있었다. CEO 메시지를 통해 “제품의 생산과 사용 자체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순환체계 수립·탄소배출량 감축 등으로 환경적 가치를 창출하겠다 밝혔다. 

CJ제일제당의 3R 정책/2019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8p

CJ제일제당은 3R 패키징(RECYCLE·RECOVER·REDESIGN)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옥수수, 사탕수수 등 바이오 원료를 사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2019년 551만톤의 플라스틱 원료를 감축했지만, 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를 전면 적용했다기보다 햇반 용기를 감량화하고, 비비고 파우치의 두께를 감소해 얻은 결과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줄인 수치를 포함했다는 점에서 CJ제일제당의 노력이 돋보였다고 평할 수 있다. 다만 전체적인 비전-미션-목표-전략 연결은 아쉬운 대목이다. 당해 성과를 제시했지만 목표가 보이지 않았고, 플라스틱 사용으로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인 생물다양성의 문제로 확장되지 못했다.

한편, 해외기업은 어떨까. 스타벅스의 경우 지속가능보고서를 보면, 사람·행성·커피로 나눠 행성 부분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다뤘다. 가장 첫머리에 나오는 말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비전은 자원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이며, 지구에서 가져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주는 것’이라는 명확한 비전 인식이다.

스타벅스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스코프(Scope) 1,2,3 배출량 50% 감소 ▲순환경제 실현으로 2030년까지 폐기물 50% 감소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과학 기반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의해 도출되었으며, 2019년을 중간 점검 목표로 삼았다. 실제로 2020년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대비 탄소 배출량은 11%, 폐기물은 12%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5가지 핵심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플랜트 기반 해결방안 확충 ▲일회용에서 재사용 가능한 포장으로 전환 ▲공급망에서 재생농업, 산림녹화, 산림보전, 수자원 보전에 투자 ▲폐기물 관리 방안에 투자 ▲지속가능한 스토어, 운영, 제조 및 배송 개발이다. 이런 전략은 이사회 산하 글로벌 환경위원회를 통해 관리된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실행방안도 도출됐다. 2022년까지 재사용 컵 사용량을 2배 증가시키기 위해 영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 일본, 미국에서 일회용 컵 요금을 시험했다. 이는 2020년 전 국가로 확대될 전망이다.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재활용 가능한 컵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빨대 10억개를 줄이는 등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 포장을 제거하고, 사용된 플라스틱 또한 100% 재사용 또는 완전히 퇴비가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대한상의 ESG 국민 인식 조사에서 32.3%는 "기업에게 소비가자 신뢰할만한 제품을 생산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민의식은 생물 다양성을 걱정할만큼 성장했다. 시민의식을 맞춰가기 위해서도, 전 세계 흐름에 맞춰가기 위해서도 이제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으로 시야를 넓혀가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