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으로 만든 스티로폼 포장재
환경 비영리단체 그린 다이닝 얼라이언스(Green Dining Allaince)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약 300만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된다. 플라스틱은 포장재 산업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배달과 온라인 쇼핑 증가로 인해 플라스틱 포장 사용량은 크게 급증했다.
스티로폼은 주로 활용되고 있는 포장재 중 하나로, 약 95%가 공기로 구성돼 포장재질이나 단열성이 뛰어나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일반 스티로폼이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수백 년 이상이 걸리고 재생이 불가능한 화석 연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재∙유통 기업을 중심으로 종이, 폐기물 등 지속가능한 원재료로 포장재를 만드는 여러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한 연구그룹은 재활용 및 친환경 포장을 넘어 사용 후 100% 생분해 되는 원료로 만든 스티로폼 포장재를 개발했다. 포장재의 주 원료는 ‘팝콘’이다.
독일 괴팅겐대학교 산림과학·산림생태학부 연구원들은 신재생 원료 분야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팝콘을 활용해 스티로폼을 만들었다. 팝콘은 생분해될 뿐 아니라 퇴비로도 활용될 수 있다. 부피가 상대적으로 크고 딱딱한 일반 스티로폼에 비해 팝콘 스티로폼은 다양한 모양으로도 변형이 가능하다. 또한 팝콘 내 공기를 주입해 제품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으며, 스티로폼 외부에 얇은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코팅해 포장재가 물에 녹지 않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은 “팝콘 스티로폼은 일반 스티로폼 재질의 폴리스티렌처럼 제품을 보호할 정도로 충분히 강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며 “재생 원료이기에 칼이나 톱으로 쉽게 절단해 다양한 용도로 재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퇴비나 분해 가능해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플라스틱 산업에서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여러 형태의 생분해성 포장재를 만들어왔다. 새로운 공정 방식을 활용해 실제 식품 원료로 완전히 자연 분해가 가능한 포장재인 팝콘 스티로폼을 개발한 것이다. 재생가능한 천연 원재료를 활용하는 것을 물론, 재사용이 가능할 만큼 튼튼하고 제품 수명이 끝날 때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
팝콘 포장재를 개발한 연구단장이자 괴팅겐대학의 복합재료 화학 및 공정공학과 교수인 알리레자 하라지푸어는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다가 포장재 원료로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팝콘이 스티로폼 볼처럼 가벼워 ‘플라스틱이 아닌 팝콘으로 스티로폼 포장재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포장재 안에 실제 자연 원료나 음식을 넣으면 완전히 생분해가 가능해 스티로폼의 완전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연구팀은 옥수수를 으깨어 팝콘을 만들었고, 증기를 사용해 팝콘의 안쪽 부피를 15-20%까지 넓혔다. 실제 스티로폼의 기능과 모양은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고자 한 것이다.
알리레자 교수는 “스티로폼 대체품으로 ‘패킹 피넛(Packing Peanut)’은 상대적으로 부피와 크기가 작아 다른 용도로 재활용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재생가능 원료가 아닌 폴리스틸렌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제작된다”며 “식품 부산물을 활용해 식물성 기반 포장재를 개발했으며, 실제 사용 후에도 잔여물 없이 모두 퇴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독일 괴팅겐대학교는 팝콘 포장재를 상업화하기 위해 곡물·시리얼 업체 노르데트라이드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노르데트라이드는 자사의 지속가능성 목표인 ‘플라스틱 제품이 없는 깨끗한 환경’을 위해 대학교와 협력해 다양한 팝콘 포장재 기반의 제품을 제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