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이중적? 기업이 걱정하는 ESG 리스크는 ‘평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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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초과근무... ESG 우등생 네이버는 열등생?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에 따르면 최근 비즈(검색·광고)·포레스트(쇼핑)·튠(음악·오디오) 등 3개 사내독립기업(CIC)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0%가 ‘주52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또 주52시간제 위반을 회피하기 위해 사내 근태 관리 시스템에 근무 시간을 실제보다 적게 입력하고 휴게 시간은 더 늘려 잡게 하는 등 ‘꼼수’까지 썼다는 게 공동성명의 주장이다.
앞서 네이버는 한 직원이 상사의 ‘갑질’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며 기업 문화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직원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1시께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A씨가 회사 일로 고통스러워 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이 사건과 관련해 책임자로 지목된 최 모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괴롭힘 가해 의혹을 받는 B 책임리더 등을 직무정지했다. 최 COO는 52시간제 위반 의혹을 받는 비즈CIC의 대표이기도 하다.
네이버의 논란이 도마에 오른 건 지금까지 네이버가 ESG 우등생으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홍콩계 글로벌 증권사 CLSA가 발간한 리포트에서 아시아 인터넷·SW 회사 중 2위를 차지했다. CLSA는 네이버를 높게 평가한 이유 중 하나로 ‘취업 정보 플랫폼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중 하나로 순위에 올랐다’는 점을 들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한국지배구조평가원(KCGS)에서 발표한 ‘2020 기업지배구조평가’에서도 전년보다 한 등급 향상된 A등급을 받았다.
이번 논란으로 네이버의 ESG 보고서까지 도마에 올랐다. 한 언론사는 ‘네이버는 어떠한 이유로도 구성원을 차별하지 않으며 직장 내 괴롭힘이나 우월적 지위와 권한 남용, 고압적인 언행 등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네이버 ESG 보고서를 인용하며 “인권 존중에 기반한 경영을 실천하면서 현실은 딴판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이를 보는 직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 COO가 임명한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공정한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일이 ‘사태’로까지 번지기 전까지 몇 차례 신호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가 포함된 회의에서 B 책임 리더 선임 정당성에 대한 질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노조는 “인사 담당 임원이 책임 리더의 소양에 대해 경영 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며 경영진의 묵인·방조를 지적했다. 2019년엔 팀장 14명이 최 COO를 찾아가 B 책임리더의 문제적 언행과 조직 운영 방식을 지적했지만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노조는 ‘근로감독’ 신청... 5년간 근로감독 ‘0’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2016년 이후 5년 간 근로감독을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부터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정기감독이 면제됐다”고 밝혔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네이버에 대해 ‘밀린 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회사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7일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은 최근 사망한 직원 부서의 노동환경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반영해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 ESG 평가도 나서
직장인들의 익명게시판 앱인 ‘블라인드’가 기업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를 시작한다. 직장인들이 각각 본인 회사에 대한 ESG 점수를 매겨, 이를 통합 계산해 보여주는 형식이다. 블라인드는 컨설팅회사 크라운랩스와 합작사 '크라운인사이트'를 세워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크라운인사이트는 500만명에 이르는 블라인드 직장인 가입자의 평가 데이터를 취합하면 신뢰도 높은 기업별 ESG 실천 지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 기관별 ESG 평가 점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에서 재직자 평가가 하나의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취합은 블라인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주요 방법으로 한다. 이 평가 결과를 ESG평가기관이나 연기금, 투자회사 등에 판매·제공하는 게 수익 구상이다. 크라운인사이트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주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ESG 생태계 조성 및 입법정책 과제’도 프로젝트로 맡게 됐다.
문성욱 블라인드 대표는 “ESG 투자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한국기업에 대한 글로벌 ESG 업계의 평판은 아직 미국이나 일본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객관적 진단이 필요한 이 시점에 블라인드의 재직자 평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