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채권·회사채에도 ESG 반영한다

2021-06-14     박지영 editor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신용평가시 ESG 요인이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SG 채권과 같은 특수목적채권 외에도 회사채 평가에 ESG 요인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한기평은 "ESG 위험요인에 노출도가 높은 발행자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신용도까지 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기평은 이를 위해 ESG 위험요인 분석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ESG 리스크가 신용등급에 반영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신용평가에 ESG가 아예 고려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사업평가 요소인 사업경쟁력과 재무안정성 등에서 ESG 리스크를 포함시켰고, 기타 평가요소로 ESG 요인을 신용도에 반영해왔다. 예를 들어 횡령, 대규모 회계분식, 경영권의 불안정성 등이다.  

이번 평가방법론 제정으로 ESG는 별도의 기타평가 요소로 반영될 전망이다. 특정 이슈가 있을 때 ESG를 기타평가 요소로 반영했을 때, ESG 경영을 잘 해 회복력이 높은 기업을 과소평가하는 사례와 ESG 노출도가 높은데도 신용등급이 과대평가되는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ESG 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아 ESG 위험이 매우 낮은 발행사가 ESG와 관계없는 이슈로 부도 위험에 직면하는 경우, ESG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더라도 신용도 하락을 방어할 수 없었다. 또 사업경쟁력과 재무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받았더라도, ESG 리스크 노출도가 반영되지 않아 신용평가가 높게 도출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런 기업을 세세하게 골라내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한기평은 “ESG를 기타평가요소로 적용해 신용평가에 반영할 경우, 신용도 강화요인보다는 신용도 하향요인으로 반영된다”면서도 “ESG 요인을 잘 관리한다면, 사업적으로도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는 등 사업평가요소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신용위험 측면에서 ESG 요인의 영향은 업종별로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 요인과 사회 요인은 업종 전반에 노출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업종 기반 분석으로 평가되고, 지배구조 요인은 기업별 이슈가 다르기에 발행자 기반 분석으로 평가된다.

한기평이 환경에서 고려하는 신용위험은 두 가지다. ▲환경규제 및 정책의 도입 또는 시행 동향이 발행자에게 미치는 영향 ▲기후 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가 발행자에 미치는 영향이다.

한기평은 “환경 위험은 발행자의 사업안정성 평가 시 세부 평가요인에 대한 정성적 분석 결과에 반영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재무안정성 평가요소인 수익성, 현금흐름 및 재무융통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환경 위험이 평가의 첫 단계인 모델등급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경우 기타평가요소로 자체 신용도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사회에서 고려할 수 있는 신용위험도 설명했다. 한기평은 “ESG 요인 중 가장 광범위한 고려사항을 포함한다”며 “노사 관계, 인적자원 관리, 사회적 평판, 공급망 관리 및 협력업체와의 공정거래 여부 등은 특정 상황에서는 이벤트성 이슈로 제기될 수 있으며, 이는 신용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ESG 중 규제나 소송 위험에 노출도가 높은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사회 리스크는 벌금이나 과징금 부과, 거액의 합의금 발생 등 직접적인 비용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사업상의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사회 위험의 영향은 사업안정성 평가 시 세부 평가요인에 대한 정성적 분석에 반영될 수 있고, 재무안정성 평가요소인 수익성, 현금흐름 등 재무융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는 주로 채권자에게 중요한 위험이나 신용도를 개선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에 초점을 맞춰 반영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소유구조 상 소유권과 의결권의 집중도가 높은 경우에는 경영진에 대한 간섭이나 자본 배분 결정을 통해 채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어 기타평가요소로 신용도에 반영될 수 있다. 또 준법감시 및 내부통제가 취약할 경우 금융상 부정행위가 발생하거나 재무정보 왜곡 등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이럴 경우 채권단의 신뢰상실로 사업기반 및 재무융통성이 훼손될 수 있어 부정적으로 반영된다.

평가자료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공시자료, 발행자로부터 수령한 자료, 경영진 또는 직원 인터뷰, 관련 단체 및 협회 또는 정부기관의 자료, 저널, 뉴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집된다. 한기평은 “현재 ESG 관련 정보 공개가 불충분하거나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일관성이 없을 수 있다는 한계는 있다”면서도 “향후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 공개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이며, ESG 요인과 신용도 연관성이 높아질 경우 ESG 요인이 반영되는 정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