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실사법 국회 통과...위험 관리 보고서와 정부규제 지켜봐야

2021-06-15     송준호 editor

공급망 실사법(Supply Chain due diligence Law)이 11일(현지시각) 독일 국회를 통과했다. 실사법은 찬성 412표, 반대 159표, 기권 59표로 채택됐다. 실사법은 지난 3월 4일에 독일 정부 승인을 받은 후 3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독일 국회의사당 (출처= 픽사베이)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은 대기업과 협력업체 관계에서 인권과 환경 문제를 조사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규제하는 법이다. 기업은 ▲위험 인지(Identify risk) ▲위험분석(Analyse risk) ▲시정 조치(Take actions) ▲유효성 확인(Check effectiveness) ▲문제제기 매커니즘(Complaint mechanism) ▲ 투명하고 공적인 보고 (Transparent & Public reporting) 등의 단계를 밟아야 한다. 

법에 따르면, 기업은 공급망 안에서의 인권과 환경 문제를 확인하고 절차를 만들어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를 발견하면 기업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하며, 이후 실제로 문제가 해결됐는지 검증하고 이를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기업은 해당 조치에 대해 협력업체가 문제 제기하고 항소할 수 있는 매커니즘도 마련해야 한다. 독일 정부는 기업이 의무를 이행하는지 확인하고 규제할 권한을 갖는다.

법안 적용 대상은 2023년 기준 직원 3000명 이상, 연 매출 4억 유로(약 5400억 원) 이상의 기업이다. 2024년에는 직원 수가 1000명 이상인 600여 기업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사실상 적용대상이 대기업으로 한정된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대기업 중심의 적용 범위에 대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판해왔다.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 HRW)는 이번 독일 실사법 통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줄리안 키펜버그(Juliane Kippenberg) 국제인권감시기구 아동권리부 부국장은  “독일 정부는 기업이 책임감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중대한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돼서는 안 된다”며 독일 실사법 통과가 기업 인권 분야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키펜버그 부국장은 “법 시행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기업들이 공급망 전체에 대한 실사를 안 해도 되고 직원 1000명 이하 기업에서도 인권침해는 발생할 수 있다”며 역시 공급망과 기업의 한정적인 법 적용 범위를 지적했다. 국제인권감시기구는 “9월에 새로 구성되는 독일 차기 정부가 법을 시행하며 한계를 보완하는 조처를 해야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사법 초안에 기업은 전자보고를 통해 보고서를 관할 정부처에 발송하게 돼있다. 정부는 보고서를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기업에 시정을 요청한다. 기업이 문제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에 정부는 벌금을 포함한 규제조치를 취한다. 실사법을 시행하면서 실제 사례를 통해 시행 절차, 보고 및 검증과 시정 조처 규준을 구체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사법 통과로 독일에서는 공급망 실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문제는 이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시행하는지다. 기업 보고와 정부의 검증 및 규제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 앞으로의 사례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