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ESG】 ESG 위원회가 허울이 되지 않으려면

2021-06-22     박지영 editor

#1. 쿠팡은 잇따른 배송기사 과로사로 부정적 평판을 쌓아온데다 창업주의 책임 회피성 사임 결정, 물류창고 화재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 당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신고서에 “쿠팡 파트너는 자사의 리스크”라고 명시한 바 있다. 해결되지 않은 평판 리스크는 자사 노동자가 한 명도 사망하지 않은 물류창고 화재가 곧바로 심각한 리스크로 번지는 배경이 됐다.

#2. 이미 ESG위원회를 설치한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 뜻밖의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ESG위원회에서 주주환원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통상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되는데, 이를 ESG위원회에서 심의하겠다고 밝히며 “이해상충의 여지가 있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ESG와 기업가치 극대화는 이해상충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3. 평소 ESG 우등생이라고 손꼽히던 네이버. 직장갑질에 초과근무 강요 의혹까지 번지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의혹은 쉽사리 진압되지 않았다. 위원회가 직장 갑질 당사자로 지목된 COO가 임명한 사외이사로 꾸려졌다는 이유에서다. 직원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와 친분이 있는 위원회 조사를 어떻게 믿느냐”며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ESG 위원회는 설치했는데, 정작 문제를 해결하는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임팩트온에서는 해외 사례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를 제공하고자 한다.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쿠팡의 리스크...

해외는 CSO 임명으로 밀착 관리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쿠팡은 항상 열악한 노동환경을 배경으로한 플랫폼 노동자 리스크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플랫폼 노동자 리스크는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가 안고 있는 동전의 양면 같은 리스크이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쿠팡의 이사회나 조직에는 위기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직책이 부재했다.

꾸준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CSO(Chief of Sustainability Officer) 도입이다. 지속가능성을 책임지는 C레벨 경영진을 가리킨다.

딜로이트 보고서 ‘CSO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에서 CSO를 임명한 비율은 53%, 1000억원에서 5000억원 사이 기업은 40%, 1000억원 미만 기업은 16%인 것으로 나타났다.

80명의 지속가능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가지 티핑포인트가 도래했을 때 기업은 CSO를 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외부의 세계가 내부보다 더 빠르게 변화할 때, ESG 관점에서 기업이 취해야 하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시기에 CSO를 임명했다. 또 조직이 성장하면서 고려해야 하는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ESG를 경영전략의 기본값으로 가져가야 할 때 CSO를 신설했다. 조직이 ESG 리스크를 전략적 리스크로 인식할 때도 변화가 나타났다. ESG 리스크로 기업이 속한 시장이 변화하고 규제기관이 반응을 보일 때, 전략적 차원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할 때 CSO가 등장했다.

CSO의 핵심 역할

딜로이트는 “CSO는 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을 파악하고, 조직에 통찰력을 줘야 하며, 조직 전략 재구성을 지원하고, 부서의 참여와 연결을 맡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성 전략을 들고 이사회를 설득하거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자사의 기후대응 전략을 설명하고, 생물다양성에 대한 자사의 입장을 밝히는 경영진의 결단을 이뤄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 목적을 명확히 하면

논의 주제가 보인다

LG유플러스가 겪은 문제는 위원회의 목적이 분명치 않아서다. 해외 기업엔 ESG 위원회 대신 부문별 위원회가 설치됐다. 자사의 ESG 위험 중 이사회 수준에서 관리해야 할 핵심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를 부문별로 설치한 것이다. 

월마트의 위원회와 역할/임팩트온 재가공

일례로 월마트를 보면, 유통업체라는 특성을 살려 ▲기술 및 전자상거래 위원회 ▲전략 기획 및 재정위원회 ▲보수 및 경영개발 위원회 ▲선임 및 지배구조 위원회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 국내기업이 ‘ESG 위원회’라는 동일한 명칭의 위원회를 만든 것과 달리, 자사의 사업 중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만 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는 것이다.

기술 및 전자상거래 위원회 헌장에 따르면, 위원회는 회사의 주요 시장으로 부상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이커머스 전략 수립을 위한 효과적인 작업 방법을 채택하고, 회사의 비즈니스 및 전략적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논의한다.

월마트에서 ESG 전반을 관리하는 위원회는 '선임 및 지배구조위원회'다. 이사회 전반을 이해하고 전문성을 연결시켜 나머지 이사회를 조직할 수 있는 핵심 위원회이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위원회는 기업 업무 책임부(Corporate Affairs) 부사장과 CSO에게 기업 전반의 ESG 보고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기업 문화의 다양성, 임직원 보수 및 혜택 등 기업 문화 및 인적 자본 관리에 관한 사항과, 기업의 공공 정책 참여 전략, 사회 및 지역사회, 환경 전략 등 전반적인 지속가능 핵심 이슈를 보고 받는다.

 

사외이사 독립성은 헌장에 규정

네이버의 리스크관리위원회 신뢰의 문제는 독립성과 관련된다. 이탈리아의 석유회사 에니는 이사회의 독립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 규제 사항을 만들었다. 에니는 지배구조 헌장을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3조에서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구성원과 직간접적으로든 연결되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후보추천위원회는 조사를 수행해 한 사외이사가 특수관계자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 독립성이 침해된다고 판단해 사외이사 임기 연장을 취소한 사례도 지배구조 보고서에 알린 바 있다. 

에니의 사외이사 위원회 가입 현황

또한 사외이사들이 위원회에 중복 참여하지 않도록 조정했다. 에니의 경우 위원회 구성원을 전원 사외이사로 한정했으며, ▲지속가능성 및 시나리오 위원회 ▲통제 및 리스크 위원회 ▲보수위원회 ▲지명위원회 4개의 위원회를 설치했다. 특히 ESG에서 앞으로의 기회를 다루는 지속가능성 위원회와 ESG로 촉발될 수 있는 위기를 다루는 리스크 위원회에 사외이사가 중복 포함되지 않도록 조정했다. 지속가능성 위원회와 리스크 위원회는 서로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