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례보고서(10k)에 기후정보 넣어라"...MS, 구글은 '반대' vs. 투자자는 '찬성'
지난 11일 미국 구글(알파벳), 아마존, 오토데스크, 이베이, 페이스북, 인텔, 세일즈포스 등 7개의 주요 기술기업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기후와 관련된 공시는 불확실성에 기반한 추정과 가정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는 별도의 기후보고서를 통해 SEC에 제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고 기한은 기업이 제3자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3페이지짜리 서한을 직접 SEC 게리 겐슬러 의장에게 보낸 이유는 바로 SEC가 추진하는 기후 공시 의무화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새롭게 멤버가 꾸려진 SEC는 연례사업보고서(10k)에 ESG 정보를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FT는 “MS와 구글 알파벳이 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에 10k에 ESG 정보가 포함되는 걸 반대하고 있으며,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라는 핌코(PIMCO) 및 인베스코(INVESCO)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과 충돌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각) 밝혔다.
FT는 ESG 정보공개를 둘러싸고, 자산운용사 및 투자자들과 기술기업들 간의 갈등이 향후 몇 달 동안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기업들, "기후공시 추정과 가정에 의존해"
기술기업들은 왜 반대하는 걸까.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 서명기업은 ‘(넷제로를 지지하는 캠페인인) 레이스투제로(UN Race to Zero)와 ‘아메리카이즈올인(America is All In)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으며, 각 회사는 100%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있다”면서 “이미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범위 3까지(Scope1, Scope2, Scope3)를 모두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SEC는 지금까지 ‘원칙기반 프레임워크’에 의존해왔으며, 이미 기업들은 TCFD(기후관련재무정보공개태스크포스)에 기초해서 기후 관련 정보를 보고하고 있기에, 프레임워크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정보와 관련해서는 GHG프로토콜과 같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표준이 있고, 이미 기후보고를 위한 프레임워크 또한 기존 표준을 이용해야 중복을 최소화해 기업 부담을 줄이고, 비교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서명기관 중 한 곳인 세일즈포스의 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인 패트릭 플린(Patrick Flin)은 FT 인터뷰를 통해 “기업은 새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새로운 절차를 수집해야 한다는 걸 안다”면서도 “기업들이 최소한의 일만을 하지 않도록 책임으로부터 안전한 항구를 허락해야 한다”고 밝혔다. MS 또한 “SEC의 기후공시는 기업과 관련한 투자나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로만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FT에 밝혔다.
투자자들 "연례보고서(10k)에 기후공시 담겨야"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의 입장은 좀 다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F)의 1일 발표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증시로 몰린 자금의 3분의 1 가량이 ESG 펀드였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였다. 특히 MS와 구글 알파벳은 ESG 펀드로 인한 대표적 수혜주들 중 하나다. MS는 ESG 펀드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회사요, 구글 알파벳에도 미국 ESG펀드 절반 가량이 투자하고 있다.
ESG 투자자들은 연례보고서에 기후공시가 보다 상세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다음날인 22일(현지시각) 헤비급투자자들의 연합(coalition of heavyweight investors)은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버크셔 해서웨이 등 1320개 기업은 환경 리스크에 대해 보다 명확한 공시를 해야한다”며 CDP 캠페인에 서명했다.
CDP에 따르면, 4700메가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1320개 기업에서 배출되는데, 이는 EU 전체가 배출하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이다. 이들은 “기술기업들이 ‘SEC의 기후 공시 의무화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별도 보고서로 공시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CDP의 글로벌 자본시장 책임자 에밀리 크랩스는 “(기업의 환경정보) 비공개 반대 캠페인은 올해 투자자들 참여가 56% 증가할 정도로 기록적인 지지를 이뤄냈다”며 “투자자들은 넷제로를 위해 일관되고 비교가능하며, 포괄적인 데이터를 요구한다”고 FT 인터뷰에서 밝혔다.
투자자들의 압박과 기업들의 반대 사이에서 미국 SE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