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읽기】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핵심 쟁점들... 전경련 발표, 4가지 주요 사안은?

2021-06-23     박란희 chief editor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일 ‘CSR에 관한 국내‧외 논의 동향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CSR 관련 인증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픽사베이

 

2026년이면 국내 코스피 상장사 전체의 지배구조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된다. 현재는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에만 부과되는 의무규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가 의무화된 것은 2018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공시 의무화 원년인 2018년 이후 3년 동안 보고서 공시 기업 175곳(자율공시 12곳 제외)의 현황을 분석, 20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임팩트온>은 4가지 핵심 쟁점을 분석해봤다.  

 

‘전자투표 도입’ 상승률 가장 높아

지배구조보고서에서 의무화한 지표는 15개다. 이중 가장 드라마틱하게 상승한 지표는 ‘정관에 전자투표 도입’ 지표였다. 2018년 25.5%에 불과했으나, 코로나 19라는 특수상황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2020년 그 비율이 72%까지 높아졌다.

전자투표 도입이 높아진 건, 기업들의 적극적인 필요성 때문이다. 2010년 소액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위해 도입됐지만, 지지 부진하던 전자투표는 2017년 ‘섀도우보팅제(의결권 위임·대리행사)’가 폐지된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이전에는 주주들이 굳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주총에서 나온 찬성과 반대 비율만큼 실제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섀도우보팅제가 있었다. 하지만 제도 폐지 이후, 기업들은 의결 정족수가 미달되면서 감사 선임, 정관 변경 등 중요 안건이 부결되는 것을 막기 전자투표제를 적극 도입했다.

전경련은 “2020년 상법이 개정되면서 전자투표제 도입 시 주주총회 출석 의결권 과반수 결의로 감사(위원) 선임이 가능해져서 도입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감사위원을 뽑으려면 발행주식 25%, 출석 주주 50% 이상이 찬성해야 했는데, ‘3%룰’로 인해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추가로 발행주식 22%를 확보하지 못하면 감사를 선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상법이 개정되면서, 전자투표로 의결하면 발행주식 25%를 채우지 못해도 출석 주주 50% 찬성만 받으면 되도록 완화됐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투표시스템 K-Vote를 이용하는 기업은 2018년 517곳이었으나 2020년 693곳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다만 아직 소액주주들의 전자투표 참여율은 한자릿수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자투표 도입 취지인 ‘소액주주의 주주권 행사’라는 실질적인 목적이 달성되려면, 프락시보팅(proxy voting, 위임투표)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게 ESG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ISS, 글래스루이스 등을 비롯한 프락시보팅 전문기관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례들이 많아, 국내에도 전자투표제 도입 확산과 함께 이와 같은 트렌드가 이어질지 주목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제도화에 강한 국내 기업들, 실효성은?

ESG 트렌드가 중요해지자 너나 할 것 없이 3개월만에 ‘ESG위원회’를 도입하는 모습을 보였듯, 국내 기업들은 제도화에 강한 모습을 지배구조에서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5개 지표 중 제도화 부분에서는 완벽할 만큼 높은 준수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채택률을 보인 지표는 ▲경영 관련 중요정보에 내부감사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 마련 여부(100%) ▲내부감사기구에 대한 연 1회 이상 교육 제공(97.1%) ▲내부감사기구에 회계・재무 전문가 존재 여부(94.9%) ▲6년 초과 장기 재직 사외이사 부존재(92.6%) ▲내부 통제 정책 마련 및 운영(88.0%) 등이었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다. 기업 입장에서, ‘규정 지키기’는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ESG평가기준은 ‘이사회 재직기간은 7~12년이 가장 적당하다’고 규정한다. 너무 짧으면 이사진의 전문성을 쌓기 힘들고, 너무 길면 유착관계가 생겨나기에 그렇다. 하지만 국내는 이사진 연임규정을 6년으로 묶어 놓아 ‘형식적인 견제와 균형’을 맞췄다.

ESG 평가기관의 모 연구원은 “국내에서 기업 이사회의 독립성이나 전문성을 들여다보려면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는 곳도 드물고, 이사진과 오너의 특수관계인 규정을 안 맞추는 기업도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사회 운영을 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도입률 낮은 지표, 왜 그럴까?

지배구조보고서에서 도입률이 낮은 지표는 6개다.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29.1%, 3개년 추이는 상승)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30.3%, 3개년 수치 모두 유사)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42.9%)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48.0%) ▲독립적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53.7%) 등이다.

이중 가장 낮은 지표는 ‘집중투표제 채택(5.1%)’으로, 3개년 수치가 모두 유사하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는지 여부를 공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 중 민간기업은 SK텔레콤 한 곳에 불과하며, 나머지 8개 기업은 모두 공기업이었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집중투표제는 경영 안전성을 낮출 위험이 있고,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 방어가 어려우며, 기타 소수 주주의견을 반영할 수단이 충분히 갖춰져 있기 때문에 도입이 저조하다”며 “소수 주주권은 전자투표나 전자위임장 제도, 충분한 사전 정보 제공, 주주총회 분산 개최 등으로 보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중투표제는 국내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상존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대표 또한 집중투표제를 찬성했으며, 지난 국회에서도 상법 개정안 통과를 목전에 두고 막판 조율과정에서 빠진 바 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지속가능보고서, 연차보고서…통합돼야 하나

전경련은 이번 보고서에서 ESG 공시 제도의 간소화와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G(거버넌스)에 해당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2026년부터 코스피 전 상장사 의무화가 예정돼있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2025년(자산 2조원 이상)과 2030년(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의무화된다. 이에 환경부가 추진하는 환경정보공시는 2022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의무 공시(매년 6월말까지)해야 하며, 자산 2조원 이하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연차보고서(사업보고서)뿐 아니라 1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만 3개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기업의 행정 부담이 커진다”는 게 전경련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은 글로벌도 비슷하다. 때문에 EU에서는 사업보고서와 ESG 보고서를 통합하는 ‘통합 보고서(Integrated Report)’ 발간이 점점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은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차보고서(10-K)에 ESG 정보공시를 넣는 것을 의무화할지를 두고 개편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여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사업보고서 안에 ESG 정보 공시항목을 넣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MS, 구글 등 IT기업이 연차보고서에 기후보고를 포함시키는 것을 '법적 리스크'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반대했듯이, 국내 기업 또한 비슷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향후 보고서 통합 또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표> 전경련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분석 

구분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2020 2019 ’19.’20. 2018 ’’18.’20.
변화폭(%p.) 변화폭(%p.)
①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29.10% 18.70% 10.4%p 11.80% 17.3%p
② 전자투표 실시 72.00% 42.70% 29.3%p 25.50% 46.5%p
  ③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63.40% 48.50% 14.9%p 47.20% 16.2%p
  ④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48.00% 34.50% 13.5%p 26.70% 21.3%p
⑤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 42.90% 52.60% -9.7%p 65.80% -22.90%p
⑥ 내부 통제 정책 마련 및 운영 88.00% 95.90% -7.9%p 96.90% -8.9%p
⑦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30.30% 28.10% 2.2%p 29.20% 1.1%p
  ⑧ 집중투표제 채택 5.10% 5.30% -0.2%p 5.60% -0.5%p
  ⑨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 70.90% 67.80% 3.1%p 60.20% 10.7%p
  6년 초과 장기 재직 사외이사 부존재 92.60% 83.60% 9.0%p 75.80% 16.8%p
⑪ 내부감사기구에 대한 연 1회이상 교육제공 97.10% 88.90% 8.2%p 67.10% 30.0%p
⑫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53.70% 50.90% 2.8%p 53.40% 0.3%p
⑬ 내부감사기구에 회계 또는 재무전문가 존재 여부 94.90% 95.30% -0.4%p 93.20% 1.7%p
⑭ 내부감사기구가 분기별 1회 이상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감사인과 회의 개최 80.60% 66.10% 14.5%p 41.00% 39.6%p
  ⑮ 경영 관련 중요정보에 내부감사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지  100% 99.40% 0.6%p 93.80% 6.2%p
평균 - 64.60% 58.60% 6.0%p 52.90% 11.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