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에서 수퍼 사이클 맞은 폐기물 처리업체들
'건설은 지고 폐기물은 뜬다?'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폐기물 처리업체 5곳을 잇따라 인수했다. 2020년 국내 1위 환경플랫폼사인 EMC홀딩스를 1조원대에 인수합병한데 이어, 올해는 폐기물 소각업체인 클렌코, 새한환경, 대원그린에너지와 의료폐기물 소각업체인 디디에스의 주식전량을 매수했다.
최근 국내외 M&A 시장에서 폐기물 처리 업계가 수퍼 사이클을 맞이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M&A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이 소유했던 수처리업체인 TSK코퍼레이션의 일부 지분은 SK에코플랜트에 매각됐다가 지난해 사모펀드 KKR에 팔렸다. KKR은 SK에코플랜트와 양강구도를 갖출 정도로 폐기물 및 환경플랫폼 기업을 인수합병하고 있다. KKR은 대형 폐기물처리 플랫폼 에코그린홀딩스(ESG, ESG청원)을 인수한데 이어, TSK코퍼레인션과 합병해 신설법인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산업은 왜 뜨는 것일까. 올초 발간된 삼성증권 보고서에는 ‘환경산업, 뜨거운 M&A 시장’을 중심으로 이 트렌드를 자세히 소개했다.
2025년까지 국내 폐기물 시장 5.9% 성장 예상
2019년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며 폐기물 처리도 함께 중요한 화두가 됐다. 월드뱅크는 세계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이 2016년 20억 톤에서 2050년 34.4억 톤으로 72%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19로 이커머스 소비량이 늘어 생활 폐기물이 증가했다. 지정 폐기물인 의료용 폐기물도 크게 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생활폐기물은 전년 대비 9% 정도 늘었다. 이로 인해 글로벌 폐기물 처리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미국은 연평균 6.1%, 국내는 5.9%의 성장이 예상된다.
폐기물 처리 산업은 기업간 M&A가 활발한 특징이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미 상위 2, 3개 업체가 민간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합병(consolidation)이 이뤄졌다. 한국은 처리 기업 상위 3개사(티와이홀딩스, 아이에스동서, SK에코플랜트)의 지분율이 각각 20% 이하다. 하지만 환경규제가 강화되어 소각면허를 가진 100여 개의 개인 사업자가 사모펀드에 매각됐고 상위 기업들이 매각된 기업들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합병이 시작됐다.
폐기물 산업에서는 처리 능력에 따라 수요를 새롭게 만드는 독특한 구조다. 이 구조가 진입장벽을 높여 업계 기업 간 M&A에 영향을 미친다. 폐기물에는 종류가 있는데 의료폐기물처럼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지정폐기물로 처리가 까다롭다. 이런 비싼 폐기물 처리 기술의 유무가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미국보다 매립지가 좁고 매립 기간이 2년으로 짧다. 그래서 소각이나 재활용을 해야 한다. 소각하고 매립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스팀과 바이오가스를 폐기물 에너지로 생산해 2차 매출을 얻을 수 있다. 처리산업은 큰 자본으로 많은 기술력을 가질 수 있는 대형 기업에 유리한 구조로 돼 있다.
폐기물 처리 산업에서 기업이 폐기물 처리 과정에 필요한 산업 분야 전반을 소유해 전 과정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을 종합 환경플랫폼이라고 한다. 폐기물 처리 산업 기업은 M&A를 통해 종합 환경플랫폼이 되고 있다.
삼성증권 보고서에서 제시한 ‘주목해야 할 종합플랫폼 3사는 티에스케이코퍼레이션, 아이에스동서, SK에코플랜트다. 세 회사는 타 기업 인수를 통해 산업 내 밸류체인을 확대하는 ‘볼트온’ 방식으로 종합 환경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
티에스케이 코퍼레이션
매출 기준 1위인 종합환경 플랫폼
티에스케이(TSK)코퍼레이션은 2020년 9월 태영건설의 건설 사업부인 태영건설과 비건설사업부인 티와이 홀딩스로 분할 상장됐다. 티와이 홀딩스의 핵심사업은 자회사 티에스케이를 통한 환경사업이다. 티와이홀딩스의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매출 구성은 환경이 71%다. 영업이익에서도 환경이 82%를 차지한다. 티와이홀딩스의 가치는 티에스케이에 달렸다.
티에스케이 코퍼레이션은 1위 종합환경 플랫폼이다. 삼성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티에스케이의 지분가치는 2조원으로 추정된다. 2019년 기준 티에스케 매출의 64%는 수처리, 28%가 폐기물 처리인데 매출총이익 비중은 폐기물 처리가 80%다. 지난 3년간 매출성장률이 연평균 20.1%에 달했으며 앞으로도 상승세가 전망된다.
최근 티에스케이는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ESG와 산업 폐기물 처리 업체 ESG청원을 인수해 티에스케이코퍼레이션으로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RR)과 합병을 함께 진행해서 지분을 절반씩 나눌 계획이다.
티에스케이는 폐기물 에너지 사업에 힘을 쏟아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폐기물처리 시장에서 1위, 수처리 시장에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이나 바이오가스를 에너지화하는 미래 산업에 대비하고 있다.
아이에스 동서
건설폐기물 1위 인선이엔티 인수
아이에스 동서는 2019년 폐기물 처리업체인 인선이엔티를 인수하고 2020년에 새한환경과 코텐텍을 인수하며 환경산업에 진출했다. 2020년 인선이엔티가 영흥산업환경과 파주비앤알을 인수해 21년 환경 매출이 400억원 증가한 264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선이엔티는 국내 건설 폐기물 처리 규모가 1위인 업체다. 인선이엔티는 국내 1위의 건설폐기물 처리업체로 2021년 주택 신규 착공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인선이엔티는 건설폐기물 처리 외에도 ▲광양과 사천 매립장 재가동을 통해 매립 확장 ▲영흥산업 인수로 소각사업 시작 ▲인선모터스 지분 100%를 소유해 자동차 재활용 사업으로 진출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코엔텍은 산업 폐기물이 많이 배출되는 울산 산업 단지 폐기물의 60%를 처리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2020년 코오롱환경에너지를 인수하고 올해 타운마이닝컴퍼니를 인수하려고 회사 소유자인 사모펀드 아스트란인베스트먼트의 최대 출자자로 참여했다. 타운마이닝컴퍼니는 금속 폐기물 부스러기인 스크랩을 재가공해 판매한다.
SK에코플랜트 (구 SK건설)
건설을 벗어나 미래산업으로, '환경시설관리' 인수
SK에코플랜트는 2020년에 신에너지 사업부와 친환경 사업부를 신설해 조직을 개편했다. 이는 건설업을 벗어나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신에너지 사업을 함께 키우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기준 국내 도급순위 10위이자 글로벌 상위 EPC업체다. 2020년 국내 최대 환경플랫폼인 환경시설관리(구 EMC홀딩스)의 지분 100%를 인수함으로써 환경산업에 진출했다.
환경시설관리는 수처리 시설을 970개소에 보유하고 있고 폐기물 소각장 4개, 매립장 1곳을 보유한 국내 2위의 종합환경관리 플랫폼이다. 수처리 운영만 보면 환경시설관리가 국내 41%를 점유해 1위고 티에스케이가 점유율 30%로 2위다.
2021년에 에코플랜트는 클랜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 4개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약 4000억원을 투입해 각 기업의 주식 지분 100%를 인수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발전용 연료전지, 재생에너지, 노후 정유/화학 플랜트 성능 개선 같은 신에너지 사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2018년도부터 미국의 연료전지 주기기 업체인 블룸에너지와 협력하고 있다. 삼성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에코플랜트는 연료전지 EPC 매출이 5000억원대에 이르고 영업이익률도 약 10%로 추정된다.